대구 도금조합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위험물질의 허술한 관리체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사고가 난 영남도금사업협동조합(3개 도금공장 구성'이하 조합)에는 유독물 전문 관리자가 없을 뿐 아니라 직원들이 보호장비 없이 작업을 하는 등 안전의식도 낙제 수준이었다. 또 사고가 난 조합은 유독물 등록대상 업체에 포함돼 있지 않아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조합에는 유독물 전문 관리자가 한 명도 없어 유독물 관리가 허술했다.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의 현장 조사 결과, 차아염소산나트륨 탱크와 황산 탱크는 공용 정화조 건물 옥상에 나란히 설치돼 있었고, 이들 탱크 주입구는 화학물질 주입용 호스를 항상 연결해 두고 있었다. 탱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유독물 유출이나 이물질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호스를 빼고 주입구를 잠가야 하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연결해 놓은 것. 게다가 조합 측은 평소 화학물질을 배달하던 외부 탱크로리 기사에게 화학물질 주입 호스를 직접 다루도록 했다.
직원이 보호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한 것도 문제다. 한 직원은 "보안경과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지키는 직원은 거의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 있던 조합 직원과 탱크로리 운전기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조합은 환경부 지정 유독물인 황산을 취급하는데도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았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유독물을 제조'판매하는 업체와 유독물을 연간 120t 이상 취급하는 곳은 '유독물 업체'로 등록하고 유독물 관리자를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조합처럼 유해물질을 소량으로 취급하는 사업장은 유독물 업체 등록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고 공장은 연간 황산 사용량이 18t에 그쳐 행정적인 관리가 전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국에서 등록대상이 아닌 영세업체 수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지역 내 유독물 등록대상 업체가 398곳(성서산단 103곳)이라는 것만 파악할 뿐 전체 유독물 취급 업체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사고는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만큼 사고 공장처럼 영세업체도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정부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학물질관리법'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개별 업체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면 영역을 나눠 총량으로 유해물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산업보건학과)는 "유독물 관리의 경우 선진국처럼 영세업체에 대해 일정 부분 면제를 해주더라도 전체 틀에서는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관련 비용은 국가가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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