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디지털 청년사도…대구대교구 성당 159곳 순례

신앙·도전·추억 유튜브에 다 올렸죠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159곳 모든 성당을 찾아 영상으로 남긴 '청년사도' 배경대, 이재익, 류재성 씨(왼쪽부터)가 대구 계산 성당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유튜브 화면

티셔츠 로고

대구, 포항, 경주, 경산, 구미, 김천, 영천, 칠곡, 군위, 성주, 고령, 청도, 그리고 울릉도까지.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159곳 모든 성당을 순례한 가톨릭 신자 젊은이들이 있다. '청년사도'를 표방하는 류재성(32'회사원), 배경대(28'직업군인), 이재익(27'취업준비생) 씨다.

대구 상인성당에서 10년 넘게 인연을 쌓아나가고 있는 이들은 올해 7월 24일부터 지난 달 11일까지 111일간 대구대교구의 모든 성당을 다니며 촬영한 영상을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Youtube.co.kr)에 올렸다. 유튜브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라고 검색하면 맨 위에 뜨는 이 영상은 게시 한 달만인 이달 19일 현재 조회 수 3천100여건을 기록하고 있다.

◆159곳 성당에 신앙, 도전, 추억 새겨

'천주교 대구대교구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은 6분여 분량의 이 영상은 세 청년이 159곳 성당 안에서 찍은 '인증영상'을 재빠른 전환 기법으로 보여준다. 이들 외에도 각 성당의 신부, 수녀, 성가대, 청년회원 등이 출연해 함께 웃으며 포즈를 취한다. 또 승용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도시와 농촌과 섬에 있는 성당을 찾아가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세 청년의 쾌활한 여정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성당 순례를 시작했을까. "휴가나 주말을 어떻게 하면 뜻 깊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다른 성당의 예수님은 어떤 모습이고, 성전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배낭 매고 성당 몇 곳을 여행하자던 계획이 점점 커졌고, 결국 대구대교구의 모든 성당을 돌기로 했습니다." 취지도 정했다. 류재성 씨는 "청년으로서 도전의 메시지와 젊은 날의 추억을 영상에 담기로 했다. 또 가톨릭 신자로서 다른 신자들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상 비용은 150만원, 각자 50만원씩 분담했다. 그리고는 취지를 표현하는 티셔츠를 맞췄다. 각자 세례명인 바오로(류재성), 라파엘(배경대), 미카엘(이재익)을 티셔츠 앞면에 넣었다. 소매에는 청년사도의 영어명인 'Youth Apostle'(유쓰 아포슬)을 새겼다.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티셔츠 뒷면이다. 'The Only One, My Lord Jesus'(디 온리 원, 마이 로드 지저스)라는 문구와 이를 표현한 손 모양을 담은 로고를 한 지인이 직접 디자인해 준 것이다.

류재성 씨가 맏형으로서 리더 역할을, 배경대 씨가 차량 운전을 맡았다. 영상 촬영은 이재익 씨가 담당했다. 20세 때부터 성당 홍보영상을 만들며 독학으로 실력을 쌓은 이 씨는 이번 영상 촬영을 위해 100만원 정도를 들여 액션캠 등 각종 촬영 장비를 구비했다.

◆사람 냄새 물씬 느낀 성당 순례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111일의 여정 동안 의견이 맞지 않거나 자금이 모자라는 등의 이유로 고비도 겪었다. 울릉도에 있는 도동성당과 천부성당을 방문할 때 특히 그랬다. "2곳 성당 방문에 수십만원의 비용이 드는데다 마침 당시 자금이 바닥나기 직전이었고, 배편 일정도 맞추기 힘들어 방문을 포기할까 망설였어요." 고심 끝에 방문한 울릉도에서의 1박 2일은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겨우 도착했지만 당장 잘 곳이 막막했어요. 마침 천부성당 나기정 신부님이 잠도 재워주고 밥도 해 주셔서 무사히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날씨가 좋아 멋진 영상도 많이 건졌고요."

이 밖에도 세 청년은 무작정 방문한 성당 곳곳에서 처음 만난 신부님과 수녀님 및 아주머니 아저씨 신자들로부터 호의와 격려를 받았다. 류재성 씨는 초등학생 때 만났던 신부님과 10여년 만에 재회하기도 했다. 배경대 씨는 "단순히 성당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성직자 및 수도자들의 삶과 신앙을 들여다보고 사람의 따뜻함을 물씬 느꼈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이 보낸 긴 여정에 비하면 현재 올라와 있는 유튜브 동영상 분량은 짧고도 짧다. 이에 대해 이재익 씨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영상이 많다. 여정 속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풀어내는 버전을 현재 편집 중이다"며 "159곳 성당의 성모상과 십자가 등을 촬영한 사진 데이터베이스 자료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