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동굴탐험-동굴인들 간의 우호대회 SRT대회

우리나라에는 동굴탐험을 하는 동아리를 가진 대학교가 6곳 있다. 물론 필자가 모르는 사이에 더 생겼는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가나다순으로 나열하자면 강원대학교, 건국대, 동국대, 상지대, 서원대, 영남대 등이다. 대부분 강원도, 경기도인데 영남권에는 유일하게 영남대에 '탐험대'라는 이름으로 동굴탐사를 하는 동아리가 있다. 6개 대학 동아리는 동굴연맹(전국 6개 대학)이라는 연대를 이루고 있다.

동굴연맹 멤버들 간에는 동굴탐험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 그중에서 로프와 관련된 기술을 겨루는 대회가 있다. SRT(Single Rope Technique'로프 한가닥으로 이루어지는 등'하강 기술)가 바로 그 대회이다. 가느다란 외줄을 오르내리면서 몸으로 기술로 경쟁을 해 순위를 매긴다. 대회를 치르면서 서로 기술을 보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거나 신기술을 서로 공유하자는 것이 이 대회의 취지이다. 이 대회는 지역이 다르다 보니, 평소에 보기 힘든 동굴연맹인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동굴인 간의 정보, 새로운 장비, 기술 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하지만 상품이 걸려 있고 각 학교, 개인별로 시상을 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치열하다. 상품은 학생들의 참가비와 몇몇 졸업생들의 지원으로 마련되는 자그마한 암벽'동굴 장비들이지만 각 학교별로 미리 훈련도 하고 작전도 짠 후 선수를 선발해 대회에 출전한다.

보통 대회 종목은 등강기(주마)를 이용해 목표한 높이의 수직암벽을 누가 먼저 오르는지 겨루는 종목인데, 하강의 경우는 안전을 고려해 경쟁하지 않는다. 등강은 아무리 빨리 해도 위험한 요소가 없지만 하강의 경우 시간을 아끼려 추락하듯이 내려올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경쟁을 하지 않는다.

화재로 유실된 구미 금오산 암벽장에서 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는데, 이때 필자가 코스의 세팅을 담당하였다. 단체전과 남녀개인전, 번외 난이도 경기로 진행했다. 인공암벽장에 정적로프(동적로프에 비해 거의 늘어나지 않는 로프)를 암벽장 꼭대기에서 아래로 여러 개 늘어뜨리고, 난이도 코스의 경우 수직 구간 이외에 수평으로 이동하는 구간, 비스듬한 경사 구간, 팬듈럼(그네처럼 진자운동을 해 목적지까지 나아가는 기술)구간 등으로 구성하였다. 단체전과 남녀개인전의 경우 단순 등강이었지만 난이도 경기의 경우는 비교적 고급 기술과 장비 사용법이 필요한 경기였다.

대회 당일 각 학교의 선수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대회장에 모였다. 착용하는 장비와 작전도 조금씩 달랐다. 주마형식의 등강기를 사용하는 투핸드 시스템, 개구리처럼 양손 양발을 이용하는 프로그 시스템, 팬틴이라는 신발에 부착하는 특수한 등강기를 활용한 3등강기 시스템 등 각 학교, 개인별로 자신에게 특화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회에 임하였다. 대회를 치르는 동안 야영장의 휴양객들은 14m 높이의 벽을 줄 하나에 의지해 10초 안팎으로 오르는 것이 신기하였던지 사진도 찍고, 때때로는 감탄사도 내뱉었다. 3명이 릴레이로 등강하는 단체전과 남녀개인전이 끝나고, 대회의 꽃 난이도 경기에 출전할 참가자를 모집하였다. 보통 여자코스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남자대원들만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모두 남자대원들만 도전하였다. 처음 수직등강 구간은 대부분 무난하게 지나가고, 45도로 비스듬하게 위쪽으로 연결된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전하였다. 등강장비를 이용해 등반할 때에는 로프가 꺾이지 않는 수직이 오히려 오르기 쉬운데, 45도로 비스듬하게 해놓으니 등강기가 로프를 쉽게 잡아주지 못해 두 배 가까운 힘이 들어가고 자세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45도 구간을 통과하고 팬듈럼 구간. 6시 방향에서 시계추처럼 진자운동을 하여 9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균형을 잡기가 어렵고, 힘을 주기가 애매하여 대부분 8시 방향과 4시 방향을 왔다 갔다 하다가 힘이 빠져 포기했다. 단 2명만이 왔다 갔다 하며 수직의 벽을 신나게 달린 끝에 9시에 설치되어 있는 확보물을 붙잡았는데, 한 명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벨트에 묶여 있는 확보물을 목표지점에 걸지 못하고 힘이 빠져 추락하고 딱 한 명만이 한 손으로 확보물을 잡고 버티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자신의 개인 확보물을 빼서 목표지점에 간신히 걸었다. 5초만 장비조작이 늦었어도 힘이 빠져 다시 추락했을 것이다. 마지막 지점에 확보물을 걸자, 와~ 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성공한 선수는 기쁜 나머지 아래를 쳐다보며 파이팅을 외치며 기뻐했다. 루트를 설계한 필자 역시 완등자가 어렵게 한 명 나온 것이 뿌듯했다.

그렇게 그날 동굴인들은 동굴 없이도 하나가 되었다. 대회가 끝나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회식 자리에서는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동호인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동굴 이야기 등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그동안 동굴이라는 주제로 10회간 연재하였다. 주제 자체가 생소해 이야기를 듣느라 독자들도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에 10회를 쓰는 것이 아니라 매 회 쓰는 관계로 설명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깊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독자들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 바란다. 새해 1월부터는 빙벽등반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다시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 동굴탐험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편한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날씨가 추워졌다. 독자 여러분도 건강에 유의하고 즐거운 연말, 새해 보내시기를….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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