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원전건립부지 감정가 대박은 커녕 쪽박?

주민 보상가 둘러싼 갈등 불보듯

정부가 영덕지역에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 건립 부지의 사전 감정가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원전 건립에 찬성하더라도 보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천지원전 사업예정구역 토지 감정평가결과'에 따르면, 지목별 보상 상한가에서 대지는 1㎡ 당 18만8천원, 축산용지는 10만4천원, 밭은 8만2천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전 예정부지와 인접한 지역의 시세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토지 감정평가대로 보상이 진행되면 원전 예정부지 주민들은 미래 자산가치의 상승은 고사하고 현재 가치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정부의 원전 정책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덕은 수려한 해안가 풍광에 상주~영덕 고속도로와 남북 7축 고속도로, 동해 중부선철도 등으로 교통 편의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어서 지역 전체에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

영덕군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하는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도 감정 평가 결과를 달라는 영덕군의회의 거듭된 요청을 무시하다가 지난해 말에야 필지별 감정 평가 결과가 아닌 지목별 상한가만 통보했다.

영덕군의회 원전특위 관계자는 "원전 건립은 안전과 보상, 추진 여부 등 주민들에게 예상되는 모든 피해와 여론을 전면적으로 살펴야 한다"면서 "영덕군과 한수원의 감정평가 처리만 봐도 주민들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감정평가 결과는 선 보상 신청이 들어온 70여 필지만 해당해 부지 전체의 감정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김태균 부장은 "선 보상 의사를 철회한 필지를 제외하고 39필지에 대해 현재 2차 재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규정에 따른 공인 감정을 하기 때문에 한수원이 개입할 수는 없지만, 공시지가 상승분은 참작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영덕 천지원전보상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해당 조사는 부지 소유자들이 자신의 재산 가치를 알아보려고 선 보상을 신청해 감정평가가 진행된 것이라 전체 필지 평가 결과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정작 선 보상을 받은 사람은 3명뿐이다. 그만큼 실제 소유자들이 판단하고 있는 평가가격과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2년 9월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을 신규 원전 부지로 확정했다. 오는 2024년까지 가압경수로형 150만㎾급 원전 8기 가운데 우선 4기를 짓는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원전 건설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삼척은 지난해 8월 주민투표에서 원전반대안이 통과됐으며, 영덕도 원전주민투표 청원이 접수돼 영덕군의회가 원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수렴에 들어간 상태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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