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다른 현안도 많은데 너무 공허한 개념 찾기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경북의 정체성을 정리해낸 것은 미래를 볼 때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자신합니다. 어느 가정에나 가훈이 있듯이 550만 대구경북 사람들의 혼을 찾아내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경북의 혼' 사업을 마무리해낸 김호진(사진)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과거만 쳐다보며 한 일이 아니라 앞으로를 보고 과거를 돌아보며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장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흔히 명품이라고 불리는 유명 브랜드 손가방은 수백만원대입니다. 소비자가 전통을 알고, 전통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명품과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명품과 같은 가격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전통이란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김 단장은 경북의 혼을 정리해내고, 지역민들과 외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는 것은 우리 지역에 대한 나쁜 선입관과 오해를 푸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지역을 보고 '수구꼴통'이라 폄훼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수 몇몇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을 전체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반박논리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경북 사람들은 막연히 기득권을 지키는 수구가 아니라, 보전하고 지켜가야 할 보편타당한 명분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굳은 신념으로 지키고 혁신해 나갑니다. 보리 문둥이의 참뜻은 보리쌀 서 말만 있으면 경상도 사람들은 학문을 중시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지녀온 전통의 실체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터무니없이 공격당할 때 제대로 된 논리를 갖고 우리 지역을 변호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 '경북의 혼'에 대해 제대로 된 정리작업이 됐으니 경북 사람들 스스로 새로운 각성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경북의 혼'을 정립해 널리 알리는 것은 우리 지역민들이 새롭게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많은 사회적 갈등은 가치관의 혼란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혼을 찾고 가꾸어나간다면 새로운 통합의 물결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혼'을 정립하고 가꾸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겁니다. 지역의 공동체를 완성시키는 힘입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서울에 밀리지만 정신문화에서만큼은 서울이 우리를 부러워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최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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