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감상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고

매스컴에서 요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기에 남편과 함께 마음먹고 영화를 보러 갔다.

KBS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 편을 본 진모영 감독이 그 다음 날로 주인공들을 찾아가 영화제작 승낙을 받고 1년 5개월 동안 촬영한 다큐 영화였다. 관객은 젊은 층부터 중년의 부부들까지 다양했다. 백세를 바라보는 노부부의 일상이 사계절 영상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서정성 강한 영화였다.

강원도 횡성의 오지 마을 외딴집에는 98세의 할아버지와 89세의 할머니가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살고 있다. 7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한 노부부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자 마지막 연인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한몸이 되어 살아간다.

할아버지는 어린 신부가 아까워 평생을 혼자 농사지으며 들일을 시키지 않았고 잠잘 때에는 늘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어루만지며 주무셨다. 할아버지 옆에는 늘 할머니가 따라다니며 연세 많은 할아버지를 아이 돌보듯 하신다. 그런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소년처럼 천진한 장난을 치고 당혹스러움에 할머니가 삐치시면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주며 사과하고 달래신다.

할아버지가 병이 나 눕게 되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입었던 헌옷과 신발 이불 등을 태우시며 사람이 죽으면 태워준 옷을 입고 저승을 가기에 새 옷 입혀 보내려고 살아계실 때 헌 옷가지를 미리 태운다고 하신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새 옷과 함께 어릴 때 잃은 6남매의 내복을 사서 함께 태우며 먼저 가서 계시라고 뒤따라 가신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는 이별을 하면서도 저세상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신다. 초상이 끝나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할아버지 무덤에 눈사람을 만들어 올려놓고 잘 계시라고 산 사람 대하듯 말하고 돌아서 오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다 끝내는 눈밭에 주저앉아 애끊는 울음을 토하신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중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들 눈물을 흘렸다. 어린 나이에 만나 평생을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사랑하고 배려하며 산 노부부의 곰삭은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중년인 나에게 노년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노부부의 사랑은 강원도의 사계절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나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조연주(구미시 해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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