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난해 6월 조사한 '대구 외국인 주민 현황조사'에 따르면 대구 거주 외국인은 2만3천990명이다. 달서구가 8천37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북구(4천530명), 달성군(4천147명), 서구(2천248명) 순이었다. 거주지별로 살펴보면 달서구 신당동이 3천286명, 월성2동 1천725명, 달성군 논공읍 1천238명, 논공읍 공단출장소 902명, 구지면 832명, 북구 산격1동 873명, 서구 비산7동 843명으로 생업 현장이 밀집한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이주노동자들이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서대구산업단지 등 산업단지 주위에 삼삼오오 둥지를 틀고 있다. 외국인들이 그리는 부동산 지도를 살펴보자.
◆달서구'달성군=원룸 수요 떠받치는 외국인
달서구에는 대구 거주 외국인의 3분의 1이 넘는 8천300여 명이 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 밀집지역인 이곡동은 성서산단과 가까워 이들을 위한 휴게시설과 외국인 음식점이 많다. 주민센터도 영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으로 안내책자를 번역해 배포하고 있다.
특히 이곡동, 호산동의 경우 원룸수요를 이주노동자들이 받치고 있다. 보통 10년 이상 된 노후 원룸은 공실률이 높기 마련인데 이곳 원룸은 1년에 한 달도 채 방이 비지 않는다. 원룸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전체면적 198㎡ 기준으로 실거래가가 3억원 정도 더 비싸다.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외국인들은 23㎡(7평) 남짓한 원룸에 2, 3명이 함께 생활한다. 임대료는 30만원 정도이며 1년 내내 공실이 거의 없다"고 했다.
달성군도 논공읍을 중심으로 4천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90% 이상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공단 측은 전했다.
◆수성구=신매'지산동 학원가 젊은 외국어 강사촌
수성구는 학군이 외국인 수요를 부른 경우다. 도시철도 2호선 신매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신매2길은 100여 채의 원룸'빌라가 다닥다닥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20, 30대의 미혼 외국인 강사가 머물고 있다. 주로 선진국에서 온 화이트 칼라층이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한 건물에 많게는 2, 3명씩 외국인이 세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수성구 전체 외국인(1천447명) 중 30% 이상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 왔으며 대부분 범어, 범물동 등 학원가에 종사하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수성구는 교육열이 특히 높은 지역이어서 명문 외국어학원과 영어 유치원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학원 등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많다"며 "주로 선진국에서 온 고학력층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일대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카페나 상점들이 10여 곳 늘어서 있다. 대부분 테라스를 갖추고 메뉴도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브런치(아침+점심), 파스타, 피자 등을 주로 팔고 있다.
◆북구'서구=인도'네팔 등 동남아시아인 다수 거주
북부정류장 주변은 외국인 거리로 변했다. 4, 5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주말이면 외국인을 상대하는 상점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북부정류장의 폭 20m 정도 되는 골목 양쪽에 늘어선 50여 곳의 상점에는 다양한 외국어 간판이 걸려 있다. 서울 이태원, 경기도 안산 외국인거리(원곡동)와 비슷한 풍경이다.
상인 김모(47) 씨는 "주변 염색산단이나 서대구산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칠곡, 구미, 김천에 있는 동료와 북부정류장에서 모임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상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주변에는 상점 외에 외국인을 손님으로 하는 노래방 등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경북대 근처 산격2동엔 한때 인도인 20여 명이 집단 거주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밤이 되면 모자와 터번을 둘러쓴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유학생 호아(중국인'24) 씨는 "산격동엔 동남아 친구가 많다"며 "대부분 한국어를 배우러 온 유학생이거나 일자리 노동자다"고 했다.
◆중구'남구=특정 아파트에 집단 거주
중구 센트로펠리스(2003년 분양'860가구)는 외국인 아파트를 방불케 한다. 주차장마다 보기 드문 외제차가 즐비하고 아침마다 캠프워커나 캠프헨리(미군부대)로 출근하는 외국인들이 줄을 잇는다.
130여 가구의 101동(171'221㎡)은 외국인이 절반을 넘는다. 이곳 주민 박영곤 씨는 "한 집 걸러 한 가구가 외국인 가구"라고 했다.
센트로펠리스는 2003년 분양할 때만 해도 인기가 없었지만, 미군부대 월세 수요와 맞물려 유명세를 탔다. 외국인 전문 공인중개사사무소 송원부동산 관계자는 "센트로펠리스엔 대형 임대 물건이 거의 없다"며 "외국인의 경우 보통 24개월치 선불로 임대료를 주는데 환율에 임대료가 연동된다"고 귀띔했다.
남구 봉덕동의 강변코오롱하늘채도 다양한 피부색의 외국인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외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 버스가 아파트 단지 앞에 정차할 정도다. 이 버스에는 'U.S ARMY'란 영문이 선명하게 쓰여 있다. 박미영 코오롱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전세가 없는 외국의 경우 선불 임대 방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하늘채 아파트에는 외국인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며 "외국인 수요가 아파트 월세를 떠받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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