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독자들에게 소개할 폭포는 지난 연재분처럼 상주에 있는 송학폭포(상주시 하북면 입석리 백악산)이다. '심뱅이폭포'가 원래 명칭인 것 같지만, 송학이라는 동네 이름을 따서 송학폭포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산 아래에 주차하고 계곡을 따라 30분 남짓 산길로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왼쪽으로 송학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난이도는 중급 정도이고 하단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또한 어프로치가 비교적 짧고, 온종일 바람도 불지 않고 그늘져 있으면서, 빙벽의 폭도 자연폭포 중에서는 비교적 넓은 편이라 초'중급자들이 훈련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빙벽의 폭은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잘 얼었을 경우 15m 정도 되고, 높이는 전체 60m 정도 된다. 매년 청주의 산악인들이 폭포를 왼쪽으로 넓게 얼리려고 초겨울에 폭포 상단으로 올라가서 수고로운 물길 돌리기 작업을 한다. 그 덕분에 다른 지역 등반가들이 더 넓게 루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전을 위해서 폭포 암벽에 몇 군데 설치된 볼트들도 청주지역 산악인들이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 청주지역 산악인들께 감사드린다. 송학폭포는 폭포 바로 아래쪽에 평평하고 넓은 터 몇 군데를 정리해 놓아, 장비를 정리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여러 팀이 붐빌 때에도 그다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머무르는 장소가 사방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어 하루종일 바람도 불지 않아 비교적 편안한 환경이다. 필자도 여러 면에서 이곳을 좋아해 자주 찾는 빙벽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자연 빙벽인 만큼, 선등 방식으로 등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오른쪽으로 빙 돌아가면 상단까지 가는 산길이 있으나, 길이 험하기도 하고 등반을 목적으로 온데다, 난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팀별로 선등을 서서 등반한다. 빙벽등반을 할 때는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하지만, 선등으로 등반을 할 때는 특히 실력 있는 사람이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등반해야 한다.
선등 방식으로 등반을 할 때에는 스크루를 빙벽에 설치해 가면서 진행한다. 암벽등반을 할 때의 상황과 같이, 추락할 경우 바닥(처음 출발한 지면)까지 떨어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스크루를 발아래 설치하고 추락했을 때 다치지 않을 만한 곳에 일단 두 번째 스크루를 박는다. 벽의 경사나, 바닥의 상태, 등반자의 자신감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지지만 보통 5~8m에 두 번째를 설치했다면, 3번째 스크루는 그것보다는 짧은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 두 번째 스크루를 지면에서 6m에 설치하고 세 번째를 12m에 설치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12m 부근에 다행히 성공적으로 설치하였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일 이 높이에서 실패하면 6m에서 12m까지 올라간 거리에 대한 진자운동(오른 거리의 2배) 더하기 확보유격 약 1m, 거기에 로프의 탄력 1m 정도가 추락 거리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12m 올라가서 14m가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바꿔 말하면 그냥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뜻이다. 12m 수직 얼음벽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무사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경우는 12m가 아닌, 9m쯤에 스크루를 설치해야 추락을 해도 바닥을 때리지 않고 벽에서 멈추는 것이다. 그만큼 선등으로 등반을 할 때는 철저하게 계산하고, 추락했을 때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등반해야 한다. 팀에서 가장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선등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빙벽등반은 매년 얼음이 어는 시기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월 초~ 2월 초'중순 정도까지를 우리나라 빙벽등반 시기로 본다. 그 시기보다 이르면 얼음이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약한 경우가 많다. 시즌 이후에는 얼음이 있더라도 바위와 얼음 사이에 물이 흐르면서 얼음이 바위에 지지되어 있지 않고, 들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등반하다가 빙벽 자체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얼음이 크게 좋아 보이게 얼어 있더라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송학폭포의 경우에도 2009년 겨울에 얼음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나서 인명 피해가 있기도 했다.
빙벽등반을 하기 전에는 항상 얼음 상태를 확인한 후 등반을 계획해야 한다. 등반을 하지 않는 일반 여행객들도 빙벽에 가까이 갈 때에는 항상 낙빙과 미끄러짐 등을 조심하고, 특히 위에서 빙벽등반을 하는 경우에는 빙벽에 헬멧 없이 가까이 가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하겠다. 빙벽등반을 하는 곳의 아래에는 낙빙이 많아 장비를 착용하고 헬멧을 쓴 사람도 머무르기를 꺼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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