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 이곳에는 상반되는 고부가 살고 있다. 팔방미인형에 우아한 백조 같은 며느리 레예스 마우(24)와 털털하고 시원 화통한 김연자(64) 여사가 주인공이다. 필리핀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있던 며느리는 어학연수를 온 남편과 사랑에 빠져 한국행을 결심했다. 결혼 초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지만 시어머니와 살림 방식이 달라서 생기는 잦은 다툼 끝에 분가를 하게 됐다.
나름 신세대 며느리는 시어머니 살림 법에 할 말이 많다. 평소 손이 큰 시어머니는 국 한 번을 끓여도 한 솥단지 가득 끓이는 반면 며느리는 한 번 먹을 만큼만 끓인다. 또 시어머니는 먹다 남은 반찬들을 싱크대 위에 그대로 놔둬 음식물을 상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다. 평소 깔끔하고 손끝 야무지기로 소문난 며느리로서는 시어머니의 살림 법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시어머니도 처음부터 살림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4년 전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이어 풍까지 와버리니 집안일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따라주지 않는 몸 때문에 이제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만사가 귀찮다. 서로의 방식만 고집하던 고부가 며느리의 친정 필리핀으로 떠났다. 고부는 서로에 대한 서운함을 풀고 서로를 이해하며 발맞춰 가는 든든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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