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히로시마는 인류 역사상 첫 원자폭탄 피해 도시로 잘 알려졌다. 대표적인 관광지 역시 건물의 뼈대만 남은 '원폭 돔'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광객 못지않게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발길이 잦다. 2009년 문을 연 '마쓰다 줌줌 스타디움'을 벤치마킹하려는 행렬이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Toyo Carp)의 홈 구장인 마쓰다 스타디움은 2009년 3월 완공됐다.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히로시마 시 소유이지만 관리'운영은 구단이 맡고 있으며, 명칭사용권은 자동차회사인 마쓰다가 갖고 있다.
구장 이름에 포함된 '줌줌'(zoom zoom)도 자동차의 붕붕거리는 소리다. 하지만 도심에 지어진 야구장인 까닭에 주차장은 224대 규모(주차비 2천엔)밖에 되지 않는다. 관중 대부분은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기차역과 노면전차역을 이용한다.
마쓰다 스타디움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하다. 수용 인원이 3만 3천 명이라는 구단 측의 설명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 비결은 비대칭 형태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폴대까지의 거리는 각각 101m와 100m로 비슷하지만, 외야 2층 관람석은 우중간 일부에만 있다. 좌익수와 중견수 뒤편 너머로는 산과 철로가 보인다. 신칸센을 타고 지나가는 여행객도 잠깐이나마 야구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좌석의 색깔 역시 차별화되어 있다. 1층은 구단을 상징하는 붉은색, 2층은 짙은 회색을 썼다. 앞뒤 좌석 간의 간격은 넓어서 쾌적하고, 스탠드의 경사도는 매우 완만하다. 컵 받침이 달린 의자들은 모두 그라운드를 향하게 배치됐고, 안전망 역시 포수 뒷자리 일부에만 설치돼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가리지 않는다.
관중의 편의를 고려한 이러한 설계는 사실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히로시마시와 야구단 관계자들이 메이저리그 구장의 최근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그럼에도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이곳을 수시로 찾는 까닭은 동양적인 정서를 담은 마케팅 전략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려 34종에 이르는 다양한 좌석이다. 일본 프로야구 구장 중에서도 가장 다채롭다. 침대처럼 쿠션을 깔아놓아 누워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는가 하면 일본 전통 다다미(돗자리)가 깔린 곳도 있다. 또 열정적 응원을 펼칠 수 있는 퍼포먼스석,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바비큐석, 입장권과 음식을 세트로 판매하는 테라스석, 소규모 그룹이 이용할 수 있는 파티석, 외야 펜스 아래 반(半) 지하에 있는 스포츠 바 등이 두루 갖춰져 관람객은 취향에 맞게 고르기만 하면 된다.
히로시마 구단의 마코토 시마이 입장권부 부장은 "2009년 개장 당시에는 이 정도로 많은 종류를 갖추지 않았지만 팬들의 재미를 위해서 해마다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유료로 운영하는 야구장 투어에 참여하는 시민도 연간 1만 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최근 홈구장의 올해 연간권 8천300석이 사상 처음으로 매진됐다고 밝혀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메이저리그에서 79승을 거두고 친정 팀으로 돌아온 '의리남' 구로다 히로키(40)의 가세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히로시마의 팬 동원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히로시마 인구는 약 120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90만 명이 히로시마의 홈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당 2만 6천 명이 넘는 셈이다. 특히 여성팬이 크게 늘어 히로시마를 응원하는 여성 팬을 가리키는 '카프 온나'(おんな'여성)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히로시마 구단 홍보팀의 마츠오 아키라 씨는 "가족 단위 관중 유치 등 야구팬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야구장은 야구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세대에 걸쳐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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