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정책협의회 통해 대타협 필요, 서민 중심 '선별적 복지'로 재조정해야
연말정산 파동의 후폭풍으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과 건강보험 개편이 연이어 번복되면서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여론의 집중질타를 받자 대통령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비현실적인 공약이 초래한 예고된 참사라 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추정한 135조원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중기재정계획이 저출산'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보이는 경제 상황으로 인해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5년간 무려 112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게다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입조달 계획은 실적이 미미한 반면 무차별적인 세무조사로 소비와 기업 경영만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에 근로소득자들의 반발을 부른 연말정산 세제 개편이나 여당조차 강행을 요구한 건강보험 개편은 향후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무원 연금이나 노동 등 '핵폭탄급' 개혁에 비하면 곁가지에 불과하다. 본 개혁에 들어가기도 전에 여론의 반발이 무서워 뒷걸음질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구조개혁이 또다시 기득권의 벽에 막혀 좌절하게 될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증세 없는 복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후 복지와 증세, 4대 개혁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실행 방안을 전략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복지와 증세,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의 입장 차가 큰 만큼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정치권의 간극부터 줄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복지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 시리즈는 우리의 재정 여건으로 볼 때 녹록지 않을뿐더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서민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복지' 체계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차별적인 무상보육이나 급식은 보육과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증세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 과세 강화와 법인세 인상 문제를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명목 법인세율이 대만 등 경쟁국보다 높다는 지적도 있으나 비과세 감면 후 대기업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하면 결코 높지 않다. 게다가 대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으로 생산기지의 현지화가 가속되면서 세제지원이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비과세 감면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소득포착률이 낮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빌딩'상가 임대업자, 전문직 고소득자 등에 대해서는 탈루 추적 등을 통한 과세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재정지출 효율을 높이려면 '제로베이스' 예산 개혁이 시급하다. 매년 예산 심의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끼워넣기식 선심성 정치예산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진작 필요한 곳에 지원돼야 할 예산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을 감시하는 민간과 시민단체 등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여'야'정이 복지와 증세, 예산 효율화에 합의하게 되면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 확보는 물론 구조개혁 추진에 필요한 사회안전망 확충 같은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저성장'고령화의 덫에 갇혀 경쟁력과 활력을 잃어가고 포퓰리즘과 집단이기주의 확산으로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올해가 구조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대표는 구조개혁에 실패하면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구조개혁은 엄청난 고통과 저항,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민의 이해와 정치권의 지원 없이는 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느 때보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타협과 상생의 정치력 발휘가 긴요하다.
정치권 지도부 개편을 계기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펼칠 전기는 마련됐다. 국가의 장래와 후손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과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