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맞수

요즘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두 정치인이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들이 연일 신문지상과 방송에 오르내리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그동안 지역 인사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터라 이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수도권 언론들이 이 둘의 관계를 '적대적인 경쟁자'라며 교묘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수년간 두 사람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바로는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입문 시기가 비슷하고 같은 3선 국회의원으로, 대구경북 정치권의 맹주(盟主)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터이다. 게다가 현재 한 명은 여당 원내 사령탑에, 다른 한 명은 내각 경제 사령탑에 앉아 있으니 미묘한 라이벌로 비칠 만하다.

위스콘신대 동문인 두 사람은 여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손꼽힌다. 둘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박근혜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단장(유승민)과 종합상황실장(최경환)을 맡았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권 입문에도 두 사람은 관계가 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냈던 유 원내대표는 2000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에 의해 여의도연구소장에 발탁됐다. 2002년엔 유 원대대표가 최 부총리를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 경제 특별보좌관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두텁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정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서 현재는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소신에서 나온 것이지,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도권 언론들은 대구경북 정치권의 리더가 되기 위해 두 사람이 서로 견제한다는 부분만 집중 부각하고 있다.

최근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차기 대선에서 지역이 배출한 후보가 없어 허탈감에 빠진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지역 출신 한 여권 인사는 "두 사람은 좋은 '맞수'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 대구경북 정치권을 함께 이끌고 올라가야 하는 운명의 라이벌"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에는 '맞수'라는 단어를 '힘, 재주. 기량 따위가 서로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을미년 한 해 동안 두 맞수가 벌일 선의의 경쟁이 박근혜 대통령이 떠난 뒤 가물어진 대구경북 정치권에 좋은 '단비'로 작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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