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쏟아지는 복지정책…담당 공무원도 "잘 몰라요"

복지 재검토 논란…정부 추진 사업만 300개 넘어, 정책 파악 안돼

무상보육 등 복지재정 지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무상보육 등 복지재정 지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정부 복지사업이 300개가 넘지만,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도울 방법이 없으니…."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가 복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고 나면 복지사업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여전히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그늘이 많다.

◆무상보육도 좋지만 취약계층 지원부터

혼자 사는 유모(54'달서구 상인동) 씨는 가슴에 혹이 만져진 지 1년이 지나도록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검사비 걱정 탓에 미루다 혹이 더 커졌다.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유 씨 입장에서 의료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40만~50만원의 검사 비용은 엄두도 못 낼 큰돈이다.

유 씨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의료급여 혜택을 받아 병원비 부담을 덜고 있지만 비급여 부분(본인 부담)이 발생하면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사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달서구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모(36) 씨는 "아직도 반찬 하나 없이 얻어온 김치에 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취약계층이 많다. 실제로 복지제도가 가장 필요한 계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지역 사회복지법인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이모(31) 씨도 "무상보육으로 만 5세 미만 유아를 키우는 집에서는 보육료 혜택을 보고 있지만, 아동'청소년(만 6~18세)들은 복지에서 소외된 계층"이라며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아이들도 많은 만큼 청소년들에 대한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대대적인 복지 구조조정 필요

대구의 한 구청 복지 담당 부서에서만 2년째 근무 중인 안모(51) 씨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부서에서 2년간 근무한 뒤 올해 아동복지 담당 부서로 옮겼다. 하지만 복지 부서에서는 부처를 옮길 때마다 업무 파악에만 수개월이 걸려 고생 중이다.

안 씨는 "정부의 17개 중앙부처에서 실시하는 복지 사업이 300개다. 보통 지자체 복지 업무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아동 등 혜택 대상자를 기준으로 나눈다. 아동복지 분야 한 가지 안에서도 어린이집, 영유아 무상보육, 가정 양육수당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바우처,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등의 사업도 있는데 이것까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지적장애인 언니를 둔 여동생 A(28)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도 A씨는 사망하기 10여 일 전 구청을 찾아가 기초생활수급 외의 지원을 알아봤다. 하지만 A씨가 시설퇴소금 500만원과 장애인활동보조인제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없었다. 이 문제도 기초생활보장과 복지시설 담당 부서가 달라 부서 간의 업무 소통 부재가 빚어낸 비극이라는 견해가 많다.

올 7월 기초생활수급제도 세분화를 앞두고도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한숨이 짙어졌다. 그동안 가구 총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정만 지원하던 것에서 총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높더라도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별로 나누어 수급자 선정 기준을 확대, 다양화시킬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편되는 기초생활수급제도로 인해 급여별 소득 산정, 부정수급자 발굴 등으로 복지 담당자의 업무도 배가될 것"이라며 "복지 대상자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려면 대대적인 복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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