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택진료 2년 뒤 폐지…수익 손실은 어쩌나

대학병원 "연 200억 안팎↓"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51) 씨는 최근 경북대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양쪽의 갑상선을 모두 절제하고 그가 낸 수술비는 84만8천970원. 수술비 56만5천980원에 선택진료비로 수술비의 절반인 28만2천990원을 더 내야 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이후부터는 박 씨 같은 사람의 부담이 이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선택의사가 아닌 의료진을 선택해 수술을 받으면 선택진료비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는 2017년부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했던 선택진료비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전액 환자 부담인 선택진료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사실상 폐지하고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거의 모든 전문의가 선택진료비를 받는 현재와는 사뭇 달라지는 셈이다.

선택진료비는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과 함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이었다. 병원에 가면 전문의 대부분이 선택의사이기 때문에 원치 않아도 선택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선택진료 비용을 진료항목별로 기존의 20~100%에서 15~50%로 줄였다.

선택진료비가 사라지면 수술비 부담이 큰 중증 환자들의 부담이 확 줄게 된다. 현재 암수술의 경우 대장암 전절제수술은 86만960원, 위암 전절제술 113만6천원, 갑상선암 56만5천980원 등이다. 지금까지 환자들은 이 비용의 절반을 선택진료비로 더 부담해야 했다.

검사, 마취, 영상촬영 비용도 줄어든다. 복부 CT의 경우 13만490원에서 1만7천20원을 덜 내고, 뇌 MRI 촬영도 20만6천190원에서 2만6천900원을 덜 내도 된다. 각각 4만1천770원과 6만1천780원인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비도 선택진료에 따른 추가 비용이 사라진다.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선택진료 의사 수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지역 대학병원들은 선택진료 자격이 있는 의사 중 80%를 선택의사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11일 현재 지역 대학병원의 선택의사는 경북대병원 본원 100명, 영남대병원 108명, 계명대 동산병원 130명, 대구가톨릭대병원 97명 등이다.

그러나 앞으로 선택의사는 매년 축소된다. 올해는 65%(의사 3명당 2명), 2017년 이후에는 진료과목별 30%(3명당 1명)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7년부터는 비급여 선택진료비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전환해 환자는 50%만 부담하도록 했다.

환자 부담은 줄었지만 지역의 대형 병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병원마다 100억~200억원이 넘는 선택진료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택진료비는 고스란히 병원 수익으로 잡혔다. 지역 대학병원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선택진료비는 경북대병원 175억원, 계명대 동산병원 163억1천만원, 영남대병원 158억원, 대구가톨릭대병원 119억2천만원 등 615억여원에 이른다.

대학병원들은 선택의사가 줄어드는 올해부터 선택진료비 수입 감소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병원인 대구파티마병원의 경우 지난해 총진료비 수입 중 선택진료비의 비중은 5%로 전년도 9%에 비해 4%p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급여 수가 조정을 통해 손실분을 채워준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병원은 없다. 지역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수가를 일부 조정해 지난해에는 큰 손해를 입지 않았지만 앞으로 선택진료가 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수가가 인상되더라도 당장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지역의 중소병원과 전문병원들의 경우, 선택진료비를 받지 않거나 선택진료비 수입 규모가 크지 않아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역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부원장급 이상 의료진들만 선택진료비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없앤 병원이 많아 선택진료 축소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다"며 "다만 정부가 병원들이 수익을 낼 수단을 자꾸 차단한다면 갈수록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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