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국제무대에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높아 박 대통령이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남북 정상 만남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방러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자칫 러시아 방문이 특정 국가와의 긴장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승절 흥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는 이달 8일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 의사를 밝힌 미국 백악관은 10일 바로 박 대통령의 방러에 부정적인 태도를 밝혔다.
이에 대해 11일 크렘린 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러시아 전략연구소와 국민대 유라시아 연구소가 모스크바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러시아 학자들은 박 대통령의 방러 필요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러시아 전략연구소 소장 레오니트 레셰트니코프는 "러시아는 박 대통령의 5월 방러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 방문이 성사되면 양국 관계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려는 미국 등의 세력이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방문 여부가 중국 '항일(抗日)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9월 3일) 참석과 연결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박 대통령에게 "중국의 '항일전 승리 70주년'과 한국의 '광복 7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할 정도로 이 행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러시아에 간다면 중국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행사는 일본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 한'일 관계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미'일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역시 한국의 참석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60주년 전승 기념식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당시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초청받았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중반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초청장을 보냈고 초청을 수락한 각국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약 20개국 정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방러 결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향후 대 러시아 관계를 고려한다면 명목 없는 불참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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