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총리 인준, 야당은 표결 참여하고 여당은 소신 투표하라

국회는 오늘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사일정이 합의됐으니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오늘 본회의에서 인준안 표결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본회의는 열리고 인준동의안은 상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해 최대 관심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본회의 참석 여부이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본회의를 연기해 놓고도 불참한다면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지배적인 기류는 불참이다. 그 이유는 세 번 연속 총리 후보를 낙마시키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특히 충청 출신의 이 후보자 낙마에 따른 충청 민심 악화이다.

이해되는 바는 있지만 이는 여론조사로 총리 인준을 처리하자는 문재인 대표의 꼼수만큼 비겁한 태도이다. 야당의 기본적인 책무는 정부와 여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과 견제다. 그것은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능이다. 이를 실천하는 길은 표결에 참석해 당당히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세 번이 아니라 네 번, 다섯 번이라도 총리 후보가 자격 미달이라면 야당으로서는 마땅히 '아니오'라고 해야 한다. 표결에 불참했으니 인준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할 텐가?

새누리당도 이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정치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국민이 이 후보자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인준안 통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찬성 당론을 정해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지지 말고 의원 개인의 소신에 따라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합하다는 의견은 29%,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41%로 나왔다.

새누리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인준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8석으로 절반이 넘고, 이 중 비리 혐의로 구속된 송광호'조현룡 의원과 이 후보자 본인을 제외한 155명 중 불참자나 이탈표는 극소수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머릿수의 힘으로 만든 총리가 앞으로 총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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