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빵게, 잡지도 먹지도 말아야

13만 마리가 넘는 암컷 대게(빵게)와 어린 대게를 마구 잡아들여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 5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선주와 선장, 선원, 도매상, 소매상 등이 포함된 대게 불법 포획'유통 조직으로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들은 포항의 한 어항을 거점으로 삼아 어선 7척을 동원해 조업이 금지된 기간에 서식지를 휩쓸며 시가 3억원 상당의 빵게와 어린 대게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매상들은 수천만원의 보증금까지 주면서 빵게 등을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대구'울산'포항 등지의 소매상에게 팔아넘겼다고 한다. 과거 산발적이고 소규모로 이루어지던 불법 조업과 유통'판매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경향을 보인 경우이다. 이 때문에 대게의 씨가 마르면서 동해안 명물인 대게 어족자원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07년 4천800t에 이르던 대게 어획량이 2013년에는 1천800여t으로 60% 넘게 추락했으며, 포항 구룡포의 위판량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그 여파로 대게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6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니 강구항 등을 찾은 소비자들이 비싼 대게를 외면하면서 동해안의 '대게 경제'도 찬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15~20년인 대게는 잡아먹을 만큼 성장하려면 7, 8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한번 타격을 입은 대게 자원은 복원에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업기간을 더 단축하는 등 어자원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이다. 당국이 단속을 강화해도 대게 불법 조업이 숙지지 않고 유통이 끈질기게 이루어지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대게 불법 조업과 유통은 어획량 급감으로 이어지고 대게 가격 상승을 유발하면서 대게 산업을 위축시킨다.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불법 포획과 남획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처벌의 수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 소비자의 인식전환도 절실하다. 찾는 사람이 있으니, 불법 포획이 이루어진다. 동해안의 어자원 보호와 대게 산업의 안정을 위해 빵게 취식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불법 유통을 신고하는 정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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