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명절은 최장 5일간의 연휴가 이어진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경북지역 곳곳에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며 옛 문화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장소들이 숨어 있다.
◆바다와 역사의 향기를 즐기는 포항
포항에서는 다양한 명소에서 바다 내음을 즐길 수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1940~1970년대 포항의 바다를 배경으로 수채화 작품을 선보인 이경희 화백의 '만의 풍경전'이 열린다. 물의 소중함을 뉴미디어와 영상매체로 보여주는 '워터스케이프: 물의 정치학전'도 마련된다.
포항운하, 영일대해수욕장 테마거리, 해상누각도 물의 정취를 한껏 뽐낸다. 40여 년간 막혔던 동빈내항과 형산강의 물길을 연결한 포항운하는 주말 하루 평균 2천여 명이 찾는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다. 영일대해수욕장 테마거리는 도심 속의 해변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명품 산책코스로 해변도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100여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제격이다. 동해안 최대 어업 전진기지로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던 구룡포에는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난해 설치된 '느린 우체통'은 매달 500여 통의 엽서가 접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느린 우체통'에 비치된 엽서로 편지를 쓰면 6개월 뒤에 전달된다.
호미곶광장의 새천년기념관에서는 포항의 역사를 사진과 모형 디오라마 등으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수만 년 전 바다 생물체의 화석과 탁 트인 동해바다도 매력 포인트. 항로 표지의 역사와 체험공간이 마련된 등대박물관은 설 당일인 19일만 휴관한다. 대보항에는 세계 최장인 160m에 달하는 트릭아트 벽화가 조성돼 있다.
◆안동호 따라 걸으며 마음의 정화를
안동을 찾았다면 안동호 보조호수를 따라 걷는 호반나들이길을 찾아볼 만하다. 특히 단절된 구간이었던 안동댐 역조정지댐의 정상부가 최근 개통돼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호반나들이길은 안동호 왼쪽 산자락부터 민속촌 석빙고, 보조호수 역조정지댐 정상, 댐 오른쪽 진입도로까지 5㎞가량 이어진다. 특히 안동호 주변에는 국내 최장 목책교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월령교와 개목나루, 안동민속박물관, 민속경관지와 성곽 문루, 고택 리조트, 한자마을 등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물박물관과 천연염색박물관, 안동공예문화전시관, 최옥자 쪽염색관 등 지역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문화 공간도 곳곳에 숨어 있다. 지난 2013년 개방된 안동 호반나들이길은 주말 하루 평균 2천여 명이 이용하는 등 지금까지 40만여 명이 다녀갔다.
가까운 안동문화관광단지에는 경북도관광공사가 마련 중인 허브공원과 유교랜드에서 설 연휴맞이 특별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시민 권영훈(47'용상동) 씨는 "그동안 통행이 금지됐던 보조호수 댐 정상부가 개통되면서 월령교와 함께 보조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어 안동의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긴 겨울잠 깨는 주왕산의 풍경
봄의 초입에 들어선 주왕산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얼어붙었던 계곡은 따스한 햇볕에 녹기 시작했고 나무들은 저마다 꽃눈을 틔워낸다. 올겨울 가뭄이 덜했던 주왕산의 용추'절구'용현 폭포는 새하얀 물거품을 내며 거센 물줄기를 쏟아낸다.
주왕산에서 내려오면 청송백자와 꽃돌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도자기는 인간이 빚었지만 꽃돌은 자연의 손길이 만들어냈다. 돌가루를 빻아 만든 청송백자와 일본 최고의 도예가문이면서도 청송 심 씨라는 본향을 잊지 않았던 심수관가의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수석'꽃돌박물과은 돌 안 가득 꽃이 피어난 꽃돌이 전시돼 있다. 19일을 제외하면 연휴 기간 내내 관람할 수 있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인 주산지는 사진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물속 왕버들 나무는 오묘함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소설 '객주'의 김주영 작가는 지난해부터 고향 청송군 진보면 옛 진보제일고를 개조한 객주문학관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설날 당일만 휴관하며, 연휴 내내 글과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문학관을 찾으면 된다.
◆영화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에는 1920~1980년대 서울의 모습이 정교하게 재현돼 있다. 중장년층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젊은 세대들에게는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지난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로 조성되면서 국내 최고 오픈세트장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67편이 촬영됐으며, 일본 드라마와 영화도 배경으로 선택했다. 현재 테마파크 인근에는 전 세계의 정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정원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합천에서는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이 있다. 해인사로 가기 전에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를 둘러보면 대장경의 숭고한 정신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에는 경전의 전래와 결집, 천년을 이어온 장경판전의 숨겨진 과학을 만날 수 있다. 합천군은 19일 합천영상테마파크와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를 무료로 개방한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합천 김도형 기자 kdh0226@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