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어느 박쥐의 슬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팔자는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래, 이 말의 참뜻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옛날 어느 곳에 박쥐들이 모여 살았어.

이 박쥐들은 먹을 것 구하기가 힘들어 몹시 배가 고팠어.

그러자 한 박쥐가 말했어.

"우리 이러지 말고 모두 거꾸로 매달려서 자보자."

"왜?"

"바르게 누워서 자니 배가 금방 고파지잖아. 거꾸로 매달려 자면 먹이가 똥구멍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뱃속에 오래 머물 것 아니겠니?"

"음, 그럴 것 같기도 하구나. 매달려서 자면 똥구멍이 위쪽에 있을 테니!"

그때부터 박쥐들은 거꾸로 매달려 생활하게 되었대.

그런데 그중에 한 젊은 박쥐가 먹이를 구하러 갔다가 그만 날개를 다치고 말았어.

이 박쥐는 꼼짝도 못하고 하루 종일 어두운 굴속에 매달려 있어야만 하였어.

"자, 이것 좀 먹어 봐."

친구들이 먹이를 물고 와서 먹여주었어.

"으음, 고마워."

다친 박쥐는 고마워하면서도 꾀를 부렸어.

'으음, 이렇게 놀면서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구나.'

다친 박쥐는 움직여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친구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어. 그러다가 친구들이 돌아오는 기척이 나면 갑자기 아픈 척하면서 몸을 비비 꼬았어.

"아직도 몹시 아픈 모양이로구나."

"조금만 참아. 내일은 좀 더 많이 물어다 줄게."

친구 박쥐들이 위로를 하였어.

"아 아 알았어."

이렇게 여러 날이 지나갔어.

다친 박쥐는 혼자 있을 때에 다친 날개를 움직여 보았어.

'이제는 다시 날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좀 더 놀고먹어야지!'

다친 박쥐는 계속 친구들이 물어다주는 것만 받아먹으며 아픈 척하였어.

"야, 너희들 좀 일찍 돌아오너라. 너희들 기다리다가 굶어 죽겠다."

다친 박쥐는 친구들을 향해 짜증을 부리기도 하였어.

"뭐라고? 이젠 좀 움직여 봐. 너 너무 오래 매달려 있는 거 아니야?"

"아프니까 그렇지. 뭐 나라고 이러고 싶어 이러겠어."

다친 박쥐는 여전히 아픈 척하며 음식을 받아먹었어.

"야, 먹을 게 너무 적다. 좀 더 많이 가져오너라."

이번에는 음식이 적다며 투정까지 부렸어.

그러자 친구 박쥐들이 따로 모여 의논을 하였어.

"저 녀석이 이제는 아주 상전 노릇을 해."

"그러게 말이야. 다 나았는데도 아픈 척하고 있는 게 분명해."

마침내 친구 박쥐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말았어. 아무도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았어.

"에이, 할 수 없다. 내가 구하지 뭐."

다친 박쥐는 푸드덕거리며 날아나갔어.

"앗!"

다친 박쥐는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그만 곤두박질 치고 말았어. 너무 오래 어두운 곳에 매달려 있었기에 눈이 멀어 버렸던 거야.

"아, 아아!"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