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가장 통 큰 장학재단으로 알려진 '이우(伊友)장학회'가 이미 일제강점기 때 싹이 터 지금까지 대를 이어 인재발굴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단법인 이우장학회가 최근 찾아낸 '장학계안'(奬學契案)에 따르면, 장학회 설립자인 여우균(지난 2014년 5월 작고) 이사장의 부친인 여상지 선생이 1942년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일대에서 학교를 세우고 장학회를 조직해 후학들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여상지 선생이 주축이 돼 펴낸 장학계안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말기였던 당시 여 선생은 허동구 가창면장을 찾아가 오랜 상의 끝에 허락을 얻은 후 마을주민 10여 명과 함께 직접 산에서 목재를 구해와 건물을 짓고 보통학교 과정의 국어강습소를 세웠다. 당시 가창면 정대리는 가창소학교가 있던 면 소재지와는 50리가량 떨어져 이곳 아이들은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채 눈만 뜨면 땔감을 구하고 밭을 매야 했다. 그야말로 눈뜬장님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처음 국어강습소를 세운 여 선생은 '건교(建校) 축하시'에서 '가마귀떼 달려들듯 주민들 힘 다바쳐 교문을 열었네/ 부지런한 자는 잘 배우고 읽은 자는 말을 잘 하네/ 학생들은 가난하고 궁벽함을 말하지 말라/ 작은 미꾸라지가 장차 커서 용으로 변신하리니'라고 적었다.
한 달여 만에 강습소를 짓고 청도에서 최재영 선생을 모셔와 글을 가르치게 했는데, 두 달 만에 학생들의 수가 1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일부 독지가들이 모여 장학계를 구성했는데, 때로는 계금이 바닥나는 바람에 수시로 모금에 나서 충당하기도 했다.
여 선생의 아들 우균 씨는 2002년 부친의 호인 '이우'(伊友)를 따서 '이우장학회'를 설립하고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부친의 평소 유지인 장학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대를 이은 후학양성에 나서게 된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화남피혁 창업주이기도 한 우균 씨는 2004년 10억원, 2008년 10억원, 2010년 3억원, 2011년 20억원 등 모두 53억원을 출연한데 이어 지난해 향년 75세로 작고하면서 다시 현금 9억원과 109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했다.
이어 여상지 선생의 손자이자 여우균 이사장의 아들인 승태(43) 씨가 선친의 평소 유지를 받들어 올해부터 이우장학회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지역의 인재육성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우장학회는 조성기금이 171억원으로 전국의 읍'면 단위 장학재단 중 최대 규모다. 올해도 이달 11일 이소망(성균관대)'최원준(금오공대) 등 기초과학분야 대학생 2명에게 1천만원씩을 지원하는 등 장학생 40명에게 1억4천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우장학회 여승태 이사장은 처음으로 나선 장학금 전달식에서 "선대의 장학정신이 훗날 고향에서 환하게 꽃을 피우게 돼 정말 기쁘다"며 "후배들은 앞으로 '이우장학생' 이라는 자부심으로 학업에 매진해 국가에서 꼭 필요한 동량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달성 김성우 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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