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사촌 언니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이 빈소를 직접 찾은 것은 지난 2013년 5월 남덕우 전 국무총리 별세 이후 1년 9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상주(喪主)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검은색 바지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은 김 전 총리의 손을 잡고 "가시는 길 끝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펴주신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조문을 마치고 상가를 나서는 박 대통령을 출입문까지 배웅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사사로이는 처제와 형부 사이지만 정치 일선에선 미묘한 관계였다. 박 대통령은 사촌 언니의 내조를 받는 형부와 정치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걸었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 후 2인자 자리를 확고히 지켰다. 하지만 1975년 총리직에서 경질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987년 '박정희 전 대통령 유업계승'을 내세우며 신민주공화당을 출범했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참여하지 않았다. 또 김 전 총리가 지난 1995년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하고 이듬해 총선에서 구미 출마를 제안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이후 김 전 총리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탄생시킨 반면,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재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김 전 총리는 국무총리, 박 대통령은 야당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다 김 전 총리가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됐다. 이후 김 전 총리는 2004년 정계를 은퇴했고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편 앞선 22일에는 김 전 총리의 핵심측근이었던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박 여사의 빈소에 조문했다. 김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의 원로조언그룹인 7인회의 좌장을 맡고 있다. 김 상임고문은 1997년 DJP연합 성사 당시 김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이었지만 김 전 총리가 내각제를 포기하자 1999년 자유민주연합을 탈당하고 한국신당을 창당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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