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통제' 아닌 '자치' 위한 지방자치법

지난해 9월 26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의욕적으로 발족시킨 바 있는 '지방자치법개정특별위원회'의 지방자치법 개정 초안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 초안은 총 175개의 조문 중에서 60개의 조문에 이른다. 이 개정 초안은 앞으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소속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거치고 3월 9일 대구에서 개최되는 지방자치법개정 영남권역 토론회를 기점으로 전국 4대 권역별 토론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이번 개정 초안의 기본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권력적인 감독 관계가 아니라 대등하며 상호협력적 관계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가 지방을 예속의 지위에 두고 일방적으로 지도'감독하는 시대는 이미 종언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도 중앙정부의 통제와 관리로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 지방자치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자치입법권의 범위를 정상화하고, 조례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둘 수 있게 하며 사무 배분 조정은 물론 자치조직권과 자치재정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획일성에서 탈피하여 신축적이고 유연한 지방자치제도를 지향하도록 하였다. 동일한 기준에 의해 국가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현행 지방자치법은 갈수록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의 상실은 물론 국가적인 다원성을 훼손하고 말 것이다. 중앙집권형 국가의 획일적 기준은 국가비용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지며 국민통합에도 방해가 될 것이다. 현재의 기관대립형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을 기관통합형, 시정관리인형 등 지역 스스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지역민의 자율성 확대 및 보충성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방자치는 국민자치를 지방적 범위에서 실현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책임하에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이념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치는 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선거로 뽑는 정도의 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다. 지방의 권한과 기능 확대를 꾀하고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천할 수 있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기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구성되어 민주적 정당성과 지역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의사결정기관이며 지방재정 통제기관 그리고 입법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입법 및 견제 기능에 심대한 제약을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회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국경 없는 무한 경쟁시대이다. 이러한 때에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 행정체제는 냉혹한 국제 경쟁체제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은 아무런 권한도 재정도 없다. 중앙의 식민지라는 비아냥도 있다. 이런 상황은 지방자치를 단순히 2개의 조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지방자치의 기본법이라고 하는 지방자치법이 엉뚱하게도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체제를 본질로 삼고 지방자치단체를 국가의 종속적인 지위 관계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큰 원인이다. 지방이 지방의 자율성을 기초로 고유한 지역의 내생적 발전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방자치법으로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이제는 지방통제가 아니라 정말로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자치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장대진/경상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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