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권역별 비례대표로 바꾼다고 지역주의 깰 수 있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정당 투표율로 해당 권역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에 따르면 비례대표는 현행 54명에서 100명까지 늘어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비율은 1대 2가 된다. 또, 지구당 부활과 석패율 제도 도입, 대선과 총선, 자치단체장 선거 당 후보 선발 때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도 포함했다.

중앙선관위의 이번 안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구비례가 아닌 지역별로 구역을 정한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라 나왔다. 이 판결에 따라 당장 내년 총선에서 전국 60여 곳의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권역별 비례대표 수를 늘리면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회 논의가 남아 있지만, 이번 안의 성공 여부는 선관위의 주장대로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냐에 달려있다. 비례대표는 직능별,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해 정책 심의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원래 목적이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는 오히려 더 강한 지역성을 띨 수가 있어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는다고 해서 지역주의가 수그러들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한 후보가 비례대표와 지역구에 동시 등록해 지역구에서 떨어지더라도 정당별 비례대표에 뽑힐 수 있도록 한 석패율 제도는 지역 정당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킬 우려도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도 후보 선출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잘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정당 정치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은 지역 정당 고착화를 부르는 등 문제점이 많아 고쳐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성을 더 강화시키고, 전문성은 떨어질 우려가 큰 선관위의 이번 안은 문제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대표성을 살리면서 지역주의도 완화할 수 있는 안이다. 이는 국회의원 개인이나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과 정치 선진화의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점을 최대한 유의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최종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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