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세금, 함께 내자

"도대체 떼가는 게 왜 이리 많은 거야?"

월급명세서를 받아볼 때마다 월급쟁이들의 심정은 비슷할 것이다. 이런저런 세금이며 각종 사회보험료 등은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하고 빠져나가 버리는 돈이다. 힘들게 하루하루 일해 받은 월급인데 누군가에게 빼앗겨버리는 것 같은 박탈감, 혹은 억울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금이나 보험료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없어서 안 될 국민들의 부담인 걸 누가 모르겠는가. 국가라는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형편에 맞게 십시일반으로 세금을 내고. 그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납세(納稅)가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로서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이유이다. 그래도 아깝긴 하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공제를 받을 만한 건더기가 별로 없는 직장인들은 세금으로 더 토해내기도 했을 것이다. 공제 항목들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연봉 5천만원인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전년에 비해 48%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연봉 1억원인 사람의 21% 증가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치이다. 결국 고소득자가 더 유리해진 연말정산 방식이 되어버린 꼴이다.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게 되었다.

어디에 어떻게 투명하게 사용되는지라도 알면 덜 아까울 텐데, 요즘 나라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정권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4대강 사업이라든지, 요즘의 복지니 무상이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표만 생각하는 위정자들이 자신들 마음대로 국민들의 돈을 제 주머니에서 나온 듯 흥청망청 써버리는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니 어찌 세금 내기가 아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푼이라도 적게 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월급쟁이들은 그럴 수가 없다. 유리지갑이기 때문이다. 얼마를 벌었는지 한눈에 파악되는 월급쟁이들의 월급봉투가 바로 유리지갑이 아닌가. 단돈 1원도 감출 수가 없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나 고소득전문직의 경우 소득적출률, 즉 소득 중 신고되지 않는 부분이 30~40%에 이른다고 한다. 신고되지 않은 소득은 세금의 사각지대이다. 이런 사각지대가 많을수록 담세의 형평성은 무너진다. 임금 근로자들의 세금 박탈감도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근로소득 세수는 전년 대비 15% 이상 늘었다. 정부가 세금 걷기 손쉬운 유리지갑에만 손을 대었다는 소리이다.

세금(소득세)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공평 과세이다. 누군 100을 다 내는데 누군 그 절반밖에 내지 않는다면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벌이가 훨씬 좋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세금이 더 적다면 근로소득자들은 억울하다.

복지를 위한 증세가 필요한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다. 더 걷으려면 꼼수를 버리고 솔직히 증세가 필요하다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조금씩 더 짐을 지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런 공감대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게 차라리 더 당당하다. 국민들 상당수가 더 많은 복지를 위해 더 많은 부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부담을 지우려면 그 부담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나눠질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개인사업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세금 탈루가 가능한 택스 홀(tax hole)부터 찾아 없애야 한다. 이들 중에는 아직도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할인을 해준다거나, 카드 결제 시 불이익을 주며 유혹하기도 한다. 소득을 숨겨보려는 의도이다. 이런 작업부터 해나가야 월급쟁이들도 지갑을 여는 손이 덜 오그라들 것이다. 연말정산이 끝난 월급명세서를 받아들고 든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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