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칠곡군 석적읍 남율리 낙동강 옆 골재적치장. 넓이가 10만㎡에 육박하는 이곳은 3년 전만 해도 낙동강에서 퍼온 골재 220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의 14%인 30만㎥만 남아있다. 이웃한 북삼읍 오평리에 있던 골재는 이미 다 팔려나갔다.
낙동강 준설 골재를 모아뒀던 고령군 다산면 송곡리와 우곡면 포리 골재적치장에도 재고가 없다. 성주군 용암면 동락리의 골재적치장에는 10만㎥ 남짓 남아있지만, 역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골재가 사라지는 이유는 낙동강에서 골재를 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낙동강 모래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정책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막혀버린 골재 채취
골재 채취 허가권은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데 낙동강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골재 채취를 위한 낙동강 준설을 불허하고 있다. 국토부 하천운영과는 "보를 설치한 낙동강 사업이 끝난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준설 후 퇴적량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준설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칠곡군은 낙동강 사업 전엔 남율'금남지구 등 7곳에서 매년 200만~250만㎥의 낙동강 골재를 생산'판매했지만 낙동강 사업 후에는 골재 채취가 일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골재 판매로 인한 군 수익은 고사하고 지역 내 골재 수요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고령군 역시 부리'객기지구 등에서 매년 100만㎥ 이상의 골재를 채취해 역내 수요를 충당해왔고, 이를 통해 연간 수십억원의 판매수익도 올려 왔지만 최근엔 골재 채취가 완전히 막혔다.
같은 사정을 겪고 있는 성주군 한 관계자는 "낙동강 사업 이후 역내 업체들로부터 원망을 듣고 있다"며 "소학'선원지구에서 매년 이뤄지던 50만㎥ 정도의 골재 생산'판매가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자전거길이 늘어 군비를 투입해야 하는 관리대상만 늘어났다"고 했다.
◆재고가 사라져간다
칠곡'성주'고령군의 골재 재고가 급격히 줄거나 바닥을 보이면서, 그동안 골재를 싣기 위해 골재적치장마다 짧게는 수백m, 길게는 2㎞ 넘게 줄을 섰던 덤프트럭 행렬이 최근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들 지자체들이 보유하고 있던 골재 556만5천㎥ 중 93%가 최근 5년도 안 돼 팔려나갔다.
칠곡군 남율리 골재적치장에 있던 220만㎥는 2012년 6월부터 현재까지 190만㎥가 판매됐다. 북삼읍 오평리에 있던 47만6천㎥은 그전에 다 팔렸다. 지금까지 올린 수익은 207억4천여만원이다.
칠곡군은 그동안 역내에서 사용할 골재 부족을 우려해 역외판매 금지, 역외업체 선택일 판매, 일일 판매물량 제한 등 갖가지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골재 도'소매업체, 레미콘업체, 외지업체 등과 갈등도 빚었지만 보유 골재 재고의 급격한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고령군은 낙동강 사업 때 188만9천㎥의 골재를 확보했지만 지난해 5월 말 판매가 끝났다. 성주군은 용암면 동락리 골재적치장에 있던 100만㎥ 중 지난해까지 90만㎥을 팔고 10만㎥ 정도가 남았다.
칠곡군은 낙동강 사업 전에는 도내 최대량의 낙동강 골재를 생산, 역내는 물론 구미'대구, 영천과 포항 일부에까지 공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역내 골재 부족 현상도 해결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할 위기다.
칠곡군에는 경호천'반계천'광정천'광암천 등의 지방하천이 있지만, 하폭이 좁아 골재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령군도 올 상반기에 우곡면 사촌리 회천에서 골재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확보할 수 있는 양은 군내 수요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성주군은 벽진면 등의 일부 하천에서 5만㎥의 골재를 확보했지만, 이것도 이달 내에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재도매상 A씨(왜관읍)는 "골재를 갖고 있던 지자체들이 처음에는 판매량과 판매지역을 조절했지만 판매지역을 차별하지 말라는 여론에 밀려 재고 조절에 실패했다"며 "이제는 타 지역 판매는 고사하고 자기 지역 수요도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골재 대란 곧 닥친다
칠곡군은 2010년, 고령군은 2011년, 성주군은 2012년부터 낙동강에서 골재 채취를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골재 재고가 사라졌다.
골재 도'소매업계, 레미콘 업계 등은 당장이야 각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으로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올 상반기를 한계로 보고 있다. 업계는 건축'건설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3월 이후 골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골재 부족에 따른 어려움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군은 지난해 5월 골재 재고가 바닥났고, 고령에서 골재를 찾지 못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골재 부족으로 공사에 애를 먹고 있다.
칠곡군 C레미콘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는 건축 비수기라 큰 문제가 없지만 이달 말 이후 건축사업이 본격화돼 골재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 육상 골재 등의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는 레미콘 가격 상승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왜관읍 A건축사는 "대구경북의 지난해 사업승인 아파트와 일반건축물 허가 건수가 2013년에 비해 대폭 증가한 만큼, 올해 골재 수요도 이에 비례할 것"이라며 "골재 부족에 따라 아파트 공기 연장, 시공비 상승 등 공사현장의 어려움은 물론 주택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했다.
◆낙동강 준설이 해법이다
대구경북지역 골재 부족의 근본적 해결책은 낙동강 준설뿐이라고 업계와 지자체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낙동강 관리기관인 국토부는 난색만 표하고 있어 사태를 키우고 있다. 국토부는 낙동강 사업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은 준설을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호원 성주군청 안전건설과장은 "지난해 낙동강 골재 채취를 신청했지만, 불허 통보를 받았다. 골재난이 심화되기 전에 공문을 다시 보내 낙동강 골재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성낙창 한국골재협회 대구경북지회장 권한대행은 "지금까지 대구경북, 특히 대구의 골재 공급을 담당했던 칠곡'성주'고령군은 낙동강 사업으로 골재 생산의 기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이제는 자체수요도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라며 "국토부는 낙동강 준설을 포함한 골재 확보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성주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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