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방자치 20년, 지방의회를 위한 제언

1995년 민선자치단체장의 직선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는 올해로 만 20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혈기 왕성한 청년기에 접어든 셈이다.

지난 20년간의 지방자치는 우리 생활환경 저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지방자치제 실시로 관(官)의 문턱이 상당히 낮아지고 민주주의가 성숙해졌다. 관 주도의 공급자 중심 행정 서비스가 주민을 찾아가는 수요자 중심의 행정 서비스로 전환되었으며, 지역주민의 복지가 질과 양적으로 급격히 향상되기도 하였다. 주민의 참여의식이 확대되면서 소통도 강화되었다. 또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의 개발과 문화의 발전도 이룩했다.

이러한 발전의 과정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우리 지방의회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음에도 '그렇다'고 흔쾌히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지방자치의 양대 축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인데도 불구하고 지방자치 20년이 지난 현재에는 그 축이 엉뚱하게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장으로 바뀌어 있다. 지방은 설 자리를 잃었고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의 그림자에 머물고 있다. 이것이 지방자치 20년을 맞는 현주소라고 생각하니 4선 지방의원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 사고를 바탕으로 시작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지방자치의 모태가 되는 지방자치법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또한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지방자치제도 개선 계획'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결과로 중앙정부와 수도권은 강화되고 확장되는 데 반해 지방은 한없이 위축되고,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갈수록 강화되지만 지방의회는 그 역할에 비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회 24년, 지방자치 20년'을 맞는 지금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지방자치의 핵심이 되는 재정의 자주권과 분권이 무엇보다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어려운 것은 매칭제도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8대 2로 되어 있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형편과 특성에 맞게 세금을 거두고 쓸 수 있도록 '지방세조례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의 사무를 적극 조정하고 그에 따른 예산도 동시에 이양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의회의 권한과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은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의회의 경우 2014년도에만 전체 심의 안건(206건) 중 56.3%가 의원이 발의한 안건(116건)이다. 공동으로 지원하는 입법 직원들이 있지만 30명의 의원들을 보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15년도 본예산 기준으로 대구시가 6조1천760억원이고, 교육청이 2조6천337억원이다. 의원들이 심도 있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예산 0.1%만 줄여도 88억원이다. 의원보좌관 운영에 연간 15억원 정도면 되는데 의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도 반영이 안 되니 답답하기만 하다.

요즘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을 불신하도록 근원적인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도 특별위원회를 운영하며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지방 특성에 맞는 발전을 도모하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자치단체장에게 편중되는 힘의 균형도 바로잡아야 한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동희/대구시의회의장/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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