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사람이 모이다] ① 귀농을 넘어 귀촌·귀향으로

서울 강남 학원 접고 문경 귀농 부부 "인생 2막 최고의 선택"

문경의 최고 농특산물인 오미자와 사과 영농 교육은 귀농인들 사이에 최고 인기 강좌로 자리 잡았다.
"문경 귀농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서울 강남에서 유명 어학연수원을 경영했던 김태혁(56)'이민숙(56) 동갑내기 부부는 2013년 문경시 가은읍 죽문리에 귀농해 5천㎡ 규모의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 문경시 제공
문경시 귀농
문경의 최고 농특산물인 오미자와 사과 영농 교육은 귀농인들 사이에 최고 인기 강좌로 자리 잡았다.
문경시는 귀농인 전입 시 지역 주민을 초청해 집들이 행사를 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도 일일이 참석해 축하를 한다.
문경시 귀농'귀촌 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귀농귀촌연합회.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정보화센터도 문을 열었다.
문경시는 귀농인 전입 시 지역 주민을 초청해 집들이 행사를 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도 일일이 참석해 축하를 한다.

지난해 문경에 큰 경사가 났다. 해마다 줄기만 하던 인구가 전해보다 300여 명 늘었기 때문이다. 문경은 떠나가는 문경에서 '찾아오는 문경'으로 터닝 포인트를 찍었다. 폐광도시라는 이미지도 이젠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됐다. 인구가 늘면서 문경에 생동감이 일고 있다. 생동감의 주역은 바로 귀농'귀촌'귀향인들이다.

매일신문은 3회에 걸쳐 '사람이 모이는' 문경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귀촌이 더 많아요

문경에 귀농'귀촌이 본격화된 때는 2012년. 지난 2년간 420가구, 861명이 문경에 터전을 잡았다. 이는 2012년 이전 5년간의 귀농'귀촌 84가구 181명에 비해 무려 5배 늘어난 것. 특히 지난해의 경우 모두 252가구 509명이 문경에 정착, 2007년의 19가구 32명보다 7년 만에 17배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2010년 문경에 처음으로 6가구가 귀촌한 이래 지난해부턴 귀촌(126가구 259명)이 귀농(126가구 250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문경시 농촌개발과 윤두현 계장은 "농촌지역의 경우, 아직은 귀촌보다는 귀농이 보편화돼 있는 상황이지만 문경은 귀촌이 귀농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문경이 귀농은 물론 귀촌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이 도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국 최고의 귀촌 1번지로 우뚝 선 비결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국민관광지 문경새재 등 휴양 자원과 문화재가 풍부한 점을 비롯해 ▷서울에서 1시간 30분, 대구에선 더 가까운 지리적 장점 ▷문경오미자와 사과 등 경쟁력 있는 농산물의 최대 주산지라는 점 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가장 긴 구간의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문경은 국내 100대 명산 중 4개가 문경에 있을 만큼 빼어난 산세와 계곡이 많다. 힐링을 바라는 도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이러한 자연환경은 지리적 근접성과 맞물려 문경이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대표 지역으로 자리 잡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점촌고, 문창고, 문경여고 등 대학진학률 상위 명문고와 국제학교인 글로벌선진학교 등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은퇴자 중심의 귀촌에서 자녀와 함께하는 귀촌의 견인차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퇴직을 앞두고 문경에 땅을 보러오는 사람도 많아 지난해의 경우 문경의 건축허가 건수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고, 지금도 산골 곳곳에는 전원주택 공사현장이 적잖다.

◆귀농'귀촌'귀향에는 우리가 있어요.

이 같은 성과는 문경시가 귀농'귀촌 장려에 전력해온 결과다. 그 중심에는 고윤환 시장이 있다.

고 시장은 취임 이후 노령화와 이농현상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 문경을 전국 최고의 귀농'귀촌 1번지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고 시장을 중심으로 한 문경 공무원들은 불과 2년 만에 떠나가는 문경을 찾아오는 문경,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로 바꾸고 있다.

시는 2013년부터 농촌개발과에 귀농'귀촌 업무를 전담하는 농촌지원담당을 신설, 본격적인 귀농'귀촌 지원 업무를 시작했다.

시는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도시민 농촌 유치 지원사업'을 통해 6억원의 국비를 들여 농암면에 귀농귀촌정보센터를 여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부산, 대구 등 귀농과 귀촌을 바라는 사람들을 1박 2일 일정으로 수시로 초청, 문경시의 정책 지원, 전국적인 특산물인 오미자와 사과 생산지 방문, 문경새재 탐방 등을 통해 참가자들의 깊은 관심을 끌고 있다.

문경시 장인기 농촌개발과장은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문경시 홍보대사 역할을 할 만큼 문경의 귀농'귀촌 프로그램이 타 시도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했다.

또 시는 귀농'귀촌 초기의 최대 장애인 주거와 지역 주민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의 빈집을 수리해 저소득층 귀농인 등에게 1년간 무상으로 임대하는 배려 정책도 실시 중이다. 귀농인 전입 시에는 지역 주민을 초청해 집들이 행사를 하도록 주선, 화합과 귀농인 조기 정착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둬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문경은 초보 귀농인 등을 위한 전문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는 귀농자반 과정을 개설해 귀농인들에게 농촌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영농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문경의 최고 농특산물인 오미자와 사과 영농교육은 귀농인들 사이에 최고 인기 강좌로 자리 잡았다.

제2의 새마을운동인 '고향사랑 귀향운동'과 '찾아가는 귀농'귀촌 홍보'는 문경만의 톡톡 튀는 정책이다.

시는 대도시의 문경 향우회원들을 대상으로 고향사랑 귀향운동을 펴면서 문경시장 서한문을 발송하고 있고, 각급 학교의 동창회 행사장을 일일이 찾아 홍보물 배부와 귀향 홍보에도 열성을 쏟고 있다. 또 시청의 전 공무원들이 각종 단체와 친구, 친척 등을 대상으로 하는 1인 1가구 귀향시키기 운동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이다..

귀향인의 경우 어릴 적 친구와 부모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애향심이 강하고 지역 정서를 잘 알아 성공적인 조기 정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귀농'귀촌 정책 못지않게 문경의 인구 증대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문경시에는 책상에 앉아 귀농'귀촌인을 맞이하는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전국에서 열리는 귀농귀촌박람회 등 관련 행사장에서는 어김없이 시 공무원들을 볼 수 있다. 문경의 지리적 이점과 자연경관, 차별화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지역 최대 농특산물 축제인 오미자축제와 사과축제 행사장의 귀농'귀촌 부스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행사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위치, 행사장을 찾는 수십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문경의 귀농'귀촌 시책 자랑은 물론, 고소득 농특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귀농귀촌연합회가 돕는다

문경시 귀농귀촌연합회는 시 귀농'귀촌정책의 핵심 파트너다.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 정착 지원과 정보 교류, 화합을 위해 2012년 결성된 연합회는 현재 문경, 가은, 산양, 영순, 호계, 점촌, 산북, 동로, 마성, 농암 등 8개 지회에 6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연합회는 2년 전부터 귀농'귀촌인 한마당 화합행사를 매년 열고 있고, 귀농'귀촌 선진지 견학을 통해 매년 100명 이상의 회원들이 타 시도의 모범사례를 배워오고 있다.

또 귀농 전 전문직을 가진 회원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는 '재능 기부'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올 2월에는 시의 도움으로 귀농'귀촌'귀향 정보센터를 열어 회원 간 정보 교류는 물론 타 도시민들에게 다양한 귀농'귀촌'귀향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인생 2막'의 시작은 이제 문경이 그 출발지다. 귀농'귀촌'귀향인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문경의 미래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