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지난 7일 오후 대구 강변학생야구장(북구 서변동). 인조잔디가 깔린 그라운드에는 미래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야구 꿈나무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10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에 들어간 대구'경북 리틀야구 리그에 참여한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이제 막 야구에 첫발을 내디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1년까지의 개구쟁이들이지만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작은 실수 하나에 얼굴이 일그러졌다가도 동료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면 힘찬 '파이팅' 구호가 터져나왔다. 경기에 지고 난 날에는 집에서 우는 아이들이 많다는 게 지도자들의 귀띔이다.
경기 규정도 재미있는 항목이 많다. 경기는 6회까지 하며 경기 개시 1시간40분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 선수 보호를 위해 투수는 2이닝(결승전은 3이닝)만 던질 수 있고, 주자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귀루 할 때는 가능)을 할 수 없다. 포수를 맡은 선수가 투아웃 이후에 진루하면 임시 대주자로 교체된다. 이닝 교체 때 보호대 등 장비를 착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대구'경북리그에 소속된 팀은 모두 20개(대구 12'경북 8)로 팀당 30명 안팎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A'B조로 나뉘어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경기를 치르고, 조별 4위까지 팀이 최강전에 올라 토너먼트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리그는 달서구청장기(6월), 안동시장기(7월), 수성구청장기(9월) 등 각종 컵대회 기간에는 중단된다.
리틀야구는 엘리트 선수를 목표로 하는 각급 학교의 야구부와는 엄연히 다르다. 물론 '경북 칠곡리틀' 출신으로 제10구단 kt의 지명을 받은 박세웅(20'경북고 졸업)처럼 뛰어난 재능이 발견돼 프로로 진출하는 예도 있으나 방과 후 활동의 성격이 훨씬 짙다. 나영조 리틀야구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상위 20% 정도는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고 나머지는 취미활동으로 야구를 즐긴다"며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에만 훈련을 하는 팀들이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리틀야구를 권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인성과 리더십을 키우기에 야구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협성중 1년 임동현 군의 아버지, 임병한(43) 씨는 "단체운동을 통해 예의'협동심을 배우고, 자신감과 체력을 키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고, 경구중 1년 황종원 군의 아버지, 황신우(45) 씨는 "컴퓨터게임에 한창 빠질 나이에 야외에서 또래들과 운동을 하면 얻는 것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남학생이지만 여학생도 활약하고 있다. 대구 남구리틀 팀의 임초현(봉덕초교 4년) 양은 "오빠(중 1년)를 따라 야구를 시작했는데 주말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어 좋다"며 "여자라고 놀리는 일도 없다"고 자랑했다.
리틀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그리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주말반은 월 10만원, 평일반은 월 14만원 수준이다. 유니폼'글러브 등 개인 장비는 스스로 마련해야 하지만, 배트'공'헬멧 등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연 1회 지급받는다. 열정만 있으면 쉽게 평생 취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리틀야구의 장점이다.
대회 관계자들은 경기장 부족을 리틀야구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대구에는 대회를 치를 만한 장소가 많지 않은데다 전용 연습장마저 부족해 팀들이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훈련하는 실정이다. 나영조 사무국장은 "각급 학교의 운동장을 리틀야구팀들에게 빌려주는 게 가장 간단한 대안이지만 교육청과 학교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며 "지난해 리틀야구 대표팀의 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은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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