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향나무는 모두 벼랑 붙잡은 바위틈에서 자란다. 그래서인지 석향으로 부른다. 그중에 천년 향나무를 중학교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새롭다. 통구미와 대풍감의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곧바로 실었을 게다.
독도아카데미에 참석할 때다. 천년 향나무에 무척 마음 설레다 도동항에 도착했을 때 큼직한 향나무 한 그루가 벼랑에서 버텼다. 모양새는 영 딴판, 산모롱이를 돌아가면서 또다시 주변을 살폈다. 후박나무 수풀 위로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허공에 비스듬히 기댄 물체가 보였다. 멀지만 책에 실린 모양새와 흡사해 물었다. 석향이랬다. 흥분이 앞서서 올라가는 길을 되물었다. 아무나 못 간다는 말에 '찰칵'할 자리 찾느라 몸 둘 바 몰랐고, 시선만 바빴다.
이튿날은 독도로 향했다. 후배가 오래전에 울릉군에 근무하던 때 독도에서 향나무를 심었다고 들었다. 독도의 바위 틈새서 얼마나 컸을까? 설레긴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일인들의 헛된 야욕으로 민감할 때였고, 하필이면 그날따라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접안하지 못해 선상에서 모자만 홱~ 날려버렸다.
그 후 안용복 재단의 독도 행사에 참여할 때다. "이번엔 천 년 석향과 독도 향나무를 꼭 만나리라." 야무진 꿈을 가졌다. 항구 앞에서 석향을 쳐다보고 위치를 번갈아가며 렌즈를 수없이 들이댔다. 독도박물관 가는 길엔 '오천 년 석향'이란 사진도 봤다. 교과서의 그 주인공이었다. 실내 진열대에는 적갈색 용 한 마리도 꿈틀거렸다. 뿌리직경 1m에 키가 4m 되는 석향 몸통에서 1985년 10월 5일 태풍 브랜다로 피해를 당한 부분을 낙찰받아 만들었단다. 또 길을 물었다. 화산석 꼭대기가 험준해 접근이 어렵다는 말을 제치고 벼랑을 움켜잡았다. 왠지 불안한데 '와르르 툭!' 화산폭발 때 튕겨 나가는 그런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제1호 국가지질공원의 한 틈에서 비겁한 포기를 해야 했다.
이튿날은 독도 가는 날, 불행하게도 계속해서 비가 내렸고, 너울이 심해 결국 선상에서 행사를 치렀다. 어쩔 수 없는 두 번의 불발탄, 그래도 값진 모습은 따로 있었다. 노란 색상의 형광 옷을 입고 두 팔 벌려 환호하는 독도경비대원들이었다. 아마 독도 향나무 또한 이들과 함께 영토를 수호하면서 석향의 소임을 다하리라. 유달리 푸른 '한반도 바위'를 보고 스스로 위로가 됐다.
역사 품은 천 년 석향, 화산석 벼랑 붙들세라 이토록 긴 세월에도 수분과 진기를 찾은 만큼 모양 또한 진귀하다. 울릉도·독도 지질공원에선 2천 년, 태풍피해 때 전문가들은 5천 년, 아니 '6천 년 석향'이랬다. 그렇다면 신라 임금이 사냥을 즐기던 경주 오류리의 천 년 용등(龍藤) 네 그루도 앞지르고, 멀게는 단군신화도 앞질렀으리라.
<시인·전 대구시 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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