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군구청도 "법인세 징수"…독립세 변경 국세청 독점 깨져

수상한 기업 세무조사도 가능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의 자주적 세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세원이자 국세청이 징수를 독점해 오던 법인세 징수에 시군구청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걷은 법인세의 10%를 국세청이 해당 기업의 지사'지점이 있는 시군구에 일괄 배분하는 형식으로 시군구청이 지방소득세를 받아왔지만 올해부터는 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변경돼 세금 신고에 의심이 갈 경우 지자체가 해당 기업을 세무조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생기는 것이다.

경북도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신고 방식이 변경됐다고 17일 밝혔다.

경북도 김교일 세정담당관은 "국세청이 A사 본사에서 법인세를 신고받아 걷은 뒤 그 가운데 10%를 A사의 지역 지사'지점이 있는 시군구에 '지방소득세' 명목으로 줬지만 올해부터는 시군구청이 이 지방소득세를 기업으로부터 독자적으로 신고받아 걷는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은 시군구청 세무과에 별도의 지방소득세 신고서를 반드시 내야 하며 신고 서류에 의심이 간다고 판단되면 시군구청이 기업 본사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종전엔 법인세를 내기만 해도 신고로 간주됐지만 올해부터는 별도의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부과되며 향후 기업 본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

시군구의 지방소득세 징수 권한이 커진 것은 지방의 과세권 확대 목소리와 관련된 것이다. 정부는 법안 개정을 통해 법인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해 이를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비록 일부이지만 최대 세원인 법인세부터 지방이 과세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라고 경북도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53조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와 도내 시군구는 올해는 변경된 제도에 대한 홍보에 주력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과세 정착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경북도를 포함해 23개 시군 세무 공무원들을 100명 가까이 증원하는 계획을 잡고 충원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 공장이 많은 구미의 경우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연간 법인지방소득세로 400억원을 내는 등 법인지방소득세가 한 해 1천400여억원에 이른다. 구미시의 한 해 세수 3천400여억원 가운데 법인지방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가량 된다.

구미시는 종전에 없던 법인지방소득세 징수 업무가 생겨남에 따라 지난 연말 법인지방소득세를 담당할 부서를 신설, 직원을 4명 충원했다.

구미시 홍삼식 세무과장은 "지자체에 세무조사 권한이 넘어왔다고 하지만 기업이 우려할 것은 없다"며 "기존 법인세를 신고해 왔듯이 기업은 종전대로 제대로 신고만 하면 되며 지자체는 국세청을 대신해 이 서류를 확인하는 정도다.그러나 신고 사항이 의심스럽다면 기업 방문 조사가 이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역내 기업들은 "국세청 외에 신경 써야 할 기관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지자체가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면 다소 번거로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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