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1천여 발의 폭죽이 쏘아져 놀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을 빚었다. 한꺼번에 수십 발씩 쏘아진 폭죽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이번 폭죽은 SBS가 방영 중인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촬영을 위해 제작사가 쏜 것이었다.
'새벽 폭죽 소동'의 과정은 이렇다. 드라마 제작사의 제안서에 따라 대구시는 수성못과 김광석 거리, 옻골마을을 촬영지로 제공했다. 이번 폭죽 촬영은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로 예정됐다. 대구시는 폭죽 사용에 관한 협조 공문을 수성경찰서에 보냈고, 경찰도 동의했다. 그러나 다른 촬영이 늦어져 폭죽 장면 촬영이 자정 이후로 밀리면서 새벽 2시까지 1천300여 발이 쏘아진 것이다.
방송사나 외주 업체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홍보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거액을 받고, 촬영지까지 제공받는 사례가 많다. 오히려 지자체가 경쟁하듯 달려들다 보니 지원이 많은 곳으로 골라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에도 대구시는 촬영을 대가로 장소와 편의 제공은 물론, 수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구시는 사전에 혼란을 막을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촬영 소문이 나면서 수성못 일대는 초저녁부터 극심한 교통 체증과 주차난을 빚었다. 밤에는 폭주족까지 가세해 북새통이 됐다. 또, 예정 시간을 넘겨 새벽에 폭죽을 터뜨리면 소동이 벌어질 것은 당연한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제지하려 했으나 제작사 측은 일정을 이유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가 대구시와 경찰의 공권력보다 상전이었던 셈이다.
도시 브랜드로 경쟁하는 시대에서 어떻게든 대구시를 홍보하겠다는 뜻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일개 드라마 제작사에 저자세로 끌려다니며 불법까지 묵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대구시는 이미 몇몇 드라마에도 촬영지와 제작비를 지원한 바 있으나 정작 홍보 효과는 신통치 않았던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손쉬운 홍보를 이유로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시민의 불편을 부르는 드라마 제작 지원을 선택한 것은 대구시 관광홍보 정책의 한계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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