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에 5남매를 둔 주부 이모(64) 씨는 5년간이나 말 못할 고민에 시달렸다. 질 바깥쪽으로 주먹만 한 덩어리가 튀어나왔고, 손으로 밀어 넣지 않으면 소변을 보기조차 힘들었던 것. 아픈 곳이 은밀한 부위인 탓에 자식들에게도 고통을 털어놓지 못했다. 결국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고 소변을 볼 수 없는 지경이 돼서야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이 씨는 '골반장기 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반 안에 있어야 할 자궁과 직장, 방광이 밑으로 처지는 질환이다. 이 씨가 오랜 기간 병을 감춘 탓에 질벽에는 염증이 생겼고, 양쪽 신장도 늘어나 있었다. 이 씨는 수술을 받은 후에야 고통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노년 여성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골반장기 탈출증'은 병이 깊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수치심 때문에 치료를 피하거나 병을 숨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출산 경험 많은 노년층 위험
골반장기 탈출증은 아이를 많이 낳았거나 노화, 수술 등으로 골반장기를 지지하는 근육과 근막, 인대가 손상되면서 장기들이 질 안으로 내려오는 게 특징이다. 비만이나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 복압이 높아지는 질환이나 심한 복수, 자궁이나 난소에 큰 덩어리가 있을 때도 생길 수 있다. 60세 이상의 노년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50세 미만의 여성들도 골반장기 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자궁 절제술을 받아 자궁이 없더라도 다른 장기인 직장이나 방광이 처지는 질원개 탈출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골반장기 탈출증이 생기면 심한 이물감과 함께 아랫부분에 압박감을 느낀다. 방광이 처지면서 요실금이나 소변이 고이는 요폐색, 잦은 소변, 잔뇨감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직장이 처지면 변비나 변실금이 생기고, 허리 통증이나 골반에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침보다는 오후에 증상이 심해지고, 누워 있으면 증상이 나아지지만 오래 서 있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예방 힘들어, 빠른 치료가 답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육안으로도 튀어나온 부분이 보이거나 묵직한 불편감이 심한 경우,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
오래 방치하면 질 점막에 궤양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겪을 수 있다.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오거나 신장 기능을 잃기도 한다. 완전 자궁탈출증의 경우 소변이 나오는 요도 및 요관이 막히면서 신장이 부풀어오르는 수신증이나 요로 감염으로 인한 신우신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의 환자들은 대부분 병을 숨기기 때문에 보호자의 관심도 중요하다. 대소변을 보기 힘들다고 호소하거나 속옷에 혈흔이나 악취 나는 분비물이 묻어 있으면 의심해야 한다.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다. 복강경으로 자궁 뒤쪽 인대를 당겨서 봉합하는 자궁천골인대 현수법과 질과 허리뼈 사이에 인공 망사를 넣는 천골-질 고정술이 사용된다. 수술을 기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의 경우 장기를 손으로 밀어 넣고 '페서리'를 삽입하는 시술도 가능하다.
대구파티마병원 박내윤 산부인과 과장은 "무리한 분만을 피하고, 배에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비만이나 쭈그려 앉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면서 "회음부와 항문을 자극하는 케겔 운동도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대구파티마병원 산부인과 박내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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