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호 아픔 다시는…10대들 '치유의 무대'

성산고 연극부 추모 공연

세월호 참사 추모 연극
세월호 참사 추모 연극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를 준비하는 대구 성산고등학교 학생들이 24일 오후 교내 시청각실에서 엄마한테 말하는 독백 장면을 노래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친구들의 이야기가 잊혀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23일 오후 5시 40분 대구 달서구 성산고등학교 시청각실. 교복 차림의 학생 7명이 간단한 소품을 들고 연극 연습에 한창이었다. 눈빛은 결연했고, 연습 내내 진지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참사(2014년 4월 16일) 1주기를 앞두고 추모 연극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연극단 '메모리즈' 단원들이다. 극본과 연기를 담당한 이유정(17) 양은 "잊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참사 이후 많은 사람이 슬픔에 잠겼지만, 한편으론 과거 수많은 참사처럼 또다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쉽게 잊힐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이후 연극단을 이끌어왔던 이 양은 '세월호'를 주제로 떠올렸다.

이 양이 처음 주제로 세월호를 꺼냈을 때 단원들 의견은 반대 일색이었다. 이 양과 함께 공동으로 극단을 만든 이동원(17) 군은 주제가 너무 무겁고 진지해 자신들과 같은 아마추어가 표현하기는 버거울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본이 완성되고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기에 단원들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공연 내용의 3분의 2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일상이다. 일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이유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지민(17) 양은 "연기를 하면 보통 눈물이 안 나서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극을 연습하면서는 눈물을 못 참아서 혼났다"며 "특히 마지막에 한 학생이 엄마한테 말하는 독백 장면이 있는데 너무 눈물이 나서 대사 처리가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공연은 28일 오후 5시 대구 남구 대명5동 '꿈꾸는 씨어터'에서 열린다. 지난달 14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앙코르 공연'이다.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가 앙코르 공연을 요청했고, 이번 공연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도 관람할 예정이다. 첫 공연 때처럼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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