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피트 상공 런던행 여객기.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20분마다 승객을 죽이고 비행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문자가 휴대폰에 찍힌다. 항공 보안요원인 빌은 승객과 기장이 독살되자 테러범을 잡으려 좌충우돌하는데 탑승객들은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총기로 승객을 몰아붙이는 빌을 오히려 의심한다. 리암 니슨이 주연한 영화 '논스톱'의 줄거리다.
주목할 대목은 범인의 실체가 드러난 후반부다. 교사와 프로그래머인 두 범인은 9'11 테러 때 가족을 잃은 퇴역 군인이다. 이런 비극에도 정부와 항공사가 안전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보다 안전한 사회보안시스템을 요구할 목적으로 일을 벌였다고 자기 행위를 정당화한다. 이를테면 확신범(確信犯)이다.
확신범은 도덕이나 종교,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한 범죄 또는 범죄인을 일컫는 법률 용어다. 문제는 이런 동기의 범죄가 대개 비뚤어진 개인 신념이 맹신과 광기로 변질해 불특정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향이 강하다.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폭탄 테러와 우퇴위아섬 총기 난사 사건이 좋은 예다. 77명이 희생된 이 사건은 다문화주의를 혐오하는 극우주의자의 그릇된 신념이 부른 참사였다.
알프스에 여객기를 고의 추락시킨 혐의를 받는 독일 저먼윙스의 루비츠 부기장이 정신질환자라는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독일 언론은 그가 전 여자친구에게 "언젠가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무엇인가를 하겠다. 그러면 모두가 내 이름을 알고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틀림없다면 불만과 불안감이 과대망상과 결부돼 자살 비행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둔 아베 총리가 27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human trafficking)로 발언해 논란이다. 미 외교가에서 단어의 의미와 주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자 일본 언론은 '인신매매'의 일본어 의미에 강제연행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자국 정부의 설명을 확인했다. 결국 미국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임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일본은 전후 70년 행보를 미화해 세계에 알리는데 혈안이다. 치부를 숨기거나 부정하며 미국 여론을 돌리는데도 적극적이다. "나는 아베의 열렬 지지자"라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말도 그런 영향 탓이다. 잘못된 정치적 목적과 신념이 미국까지 물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질 나쁜 확신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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