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구 남구 이천동 한 원룸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한 직장인 박주용(37) 씨는 최근 부동산 사무실에 들렀다 적잖이 놀랐다. 예전 그 원룸의 월세가 예전에 비해 턱없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10년 전 보증금 500만원에 월 35만원(관리비 포함)이던 집이 지금은 100만원의 보증금에 월 25만원으로 오히려 싸졌다"며 의아해했다. 한 달 전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 온 김영수(37) 씨. 직장과 가까운 수성구의 원룸을 알아보다가 수성구의 위력을 실감했다. 보증금 500만원에 관리비를 포함해 월세가 50만원을 훌쩍 넘었던 것. 그는 "수성구 원룸 월세는 웬만한 서울의 동대문구 등 강북 쪽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말로만 듣던 수성구의 주거 명성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대구 원룸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처럼 원룸 월세도 천차만별이다.
지난주 둘러본 중구와 남구 등 도심 원룸은 이미 공동화 현상이 짙었다. 원룸 공급이 몇 년간 급증한데다 최근 주거 수준이 향상된 주거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물량이 증가한 탓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원룸 허가는 2012년 1천55동에서 지난해 1천710동으로 급증했다. 여기에다 1만 실에 이르는 오피스텔이 2011년부터 공급됐고, 올해 10월 중구 동인동 화성파크드림시티(928실) 등 대형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어 도심 원룸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다가구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보안 및 생활편의 시설을 갖춘 아파트형 소형 주택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원룸의 공동화 현상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심 원룸은 공실률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보증금을 아예 없애고 TV, 세탁기, 냉장고 등을 갖추는가 하면 이사 비용은 물론 한 달 공짜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한 원룸 임대사업자는 "신축은 그나마 낫지만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원룸의 경우 1년간 입주 계약을 맺을 때 한 달은 기본, 많게는 석 달 이상 월세를 받지 않고 이사 비용까지 주는 건물주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수성구 원룸은 완연한 봄을 맞고 있다. 방을 내놓기 무섭게 세입자가 들어온다. 월세 역시 탄탄한 보증금(500만원~1천만원)에다 월 40만~55만원까지 높게 형성돼 있다.
엄마와 아들이 생활하는 기러기 원룸의 학군 수요와 젊은 층 위주로 수성구 생활을 선호하는 주거 문화가 원룸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수성구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소형 아파트마저 부족해 수성구 원룸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수성구 원룸촌은 월세 수익률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공실률도 현저히 낮다"며 "원룸도 수성구와 비(非)수성구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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