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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바꾸는 세상…맞춤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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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맞는 정보가 쏘옥∼? 내 진심까지 생각했을까

피키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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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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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간 기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주변 사람들이 공유한 콘텐츠는 웃기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페이지이거나 '위키트리', '허핑턴포스트코리아'처럼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아 하나의 콘텐츠로 묶어놓은 인터넷 언론의 페이지가 대부분이었다. 이 기사를 쓰는 기자 개인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 거라 생각했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주제로 시민들과 이야기해 본 결과 이런 현상은 이미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가 생겼다. "이게 당신에게 무슨 도움이 되긴 하나요?"

◆큐레이션 서비스, 대세가 되다

현재 인터넷, 모바일 관련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바로 '큐레이션 서비스'(Curation Service)다. 큐레이션 서비스란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이런 서비스가 생겨난 이유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피키캐스트'(Pikicast)다. 피키캐스트는 현재 1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업체로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거나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모아 페이지를 만들어 사람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독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는 지난 3월 27일 유튜브에 올린 '어느 대학생 총장님 업무추진비 추적기'라는 12분짜리 탐사보도 동영상을 피키캐스트에 제공했다. 피키캐스트는 이를 30여 장의 캡처 이미지, 몇 초 분량의 동영상 10여 개, 그리고 원고지 6매 분량의 텍스트로 바꿔 지난 17일 서비스했다. 유튜브에 올린 뉴스타파의 해당 보도내용은 21일 오전 11시까지 1만2천581명이 클릭한 반면, 피키캐스트의 페이지를 클릭한 사람은 29만5천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사람들이 정보 제공에서 '언론'이라는 영역을 '낡은 영역'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정보인 줄 알았다가 낚였네

큐레이션 서비스 중 SNS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정보는 바로 맛집 정보다. 김창일(21) 씨도 이런 맛집 정보를 애용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와 있는 식당 한 곳을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먹음직스럽게 찍힌 음식 사진과 직접 먹어보고 쓴 듯한 페이지 운영자의 리뷰를 믿고 갔지만 음식의 양은 사진보다 훨씬 적었고, 맛 또한 '더럽게' 없었다. 김 씨는 그 이후부터 페이스북 맛집 페이지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SNS에 제공되는 큐레이션 서비스 중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정보는 바로 맛집 정보다. 맛집 정보 페이지는 전국의 맛집들을 SNS 사용자가 해당 큐레이션 서비스 페이지에 제보, 이를 페이지 구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맛집 정보를 소개하는 페이지 대부분이 마케팅 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 마케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 페이지 중 '○○ 맛집'이라는 페이지가 있다고 하자. 앞의 ○○에 자기가 사는 도시 이름을 치면 페이지가 다 하나씩 존재할 것"이라며 "이런 페이지들은 업체가 식당에 '1주일 이상 노출되는 조건으로 페이지에 맛집으로 소개해 주겠다'며 1건당 20만~30만원 사이의 소개비를 받고 운영하는 페이지"라고 말했다. 노출되는 시간도 식당의 특성에 맞게 오후 5시나 밤늦은 시간인 오후 9~10시 사이에 올리는 등 전략적으로 노출한다. 마케팅 업체에서는 이런 식의 마케팅을 '바이럴 마케팅', 즉 입소문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SNS 홍보대행사 '레드버켓'의 한대탁 대표는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 바이럴 마케팅을 할 때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최대한 광고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해 정보 수용자들이 내가 보고 있는 콘텐츠가 내게 도움이 되는 정보인지, 아니면 광고인지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한 SNS 사용자는 "굉장히 가슴을 울리는 글들이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사진을 천천히 넘겨봤더니 끝에는 출판사 광고가 나오더라"며 "결국 '광고에 낚였다', '속았다'는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 김지영 연구원은 "인터넷, SNS와 같은 뉴미디어의 특성이 경계가 없고, 사용자들이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도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런 점의 부정적 특징이 페이스북 바이럴 마케팅에서 비치는 부분이 있다"며 "결국 수용자도 자신이 보고 듣는 정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정보페이지, 낚이지 않으려면?

개인과 개인의 연결고리라 생각했던 SNS도 광고의 천국이 돼 버린 마당에 내가 보고 있는 이 페이지가 광고인지 정보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SNS 마케팅 관련 종사자들을 취재하면서 이 페이지가 진정한 정보페이지인지 광고를 위한 페이지인지 구별하는 방법을 우연찮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매일신문 독자들이 낚이지 않도록 정보페이지 구별법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기로 했다.

◆ 맛집 페이지는 대부분 광고다=SNS가 마케팅에 아주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소셜커머스보다 SNS 마케팅을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SNS 마케팅 업체 직원은 "만약 비슷한 로고의 다른 지역 맛집 페이지를 봤다면 100% 광고"라고 말했다.

◆특정 브랜드에 반응이 많다면 의심하라=한 운동화 소개 전문 페이스북 페이지는 어느 순간부터 특정 브랜드의 신발을 소개한 페이지에 '좋아요' 숫자가 몰리거나 공유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좋아요'를 클릭한 수만 명의 사람들 중 한국어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중동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좋아요' 클릭이 엄청나게 많았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 브랜드가 페이지의 운영권을 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고 한다.

◆100% 신뢰는 금물=페이스북에 등장하는 각종 정보페이지들 대부분은 신문'방송과 같은 검증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는다. 한 정보제공 페이지의 운영진이었던 이모(21) 씨는 "사람들이 정보를 수집해서 이미지로 만들어오면 운영진들은 오타나 이미지의 이상 유무만 확인하고 올린다"며 "SNS에 나오는 정보들 대부분은 심심풀이로 볼만한 것들이지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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