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음주단속, 도깨비 출현 2개월

요즘 구미에는 도깨비란 말이 유행어가 됐다. 지역의 한 중년 여성이 친구들과 도깨비여행을 다녀왔다며 SNS에 사진을 올린 것을 보니, 구미경찰서가 실시하는 '도깨비 음주단속'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도깨비란 상상의 동물이다. 어린 시절, 술에 만취된 시골 남정네들이 밤새 도깨비에게 홀려 벌판과 가시밭길로 끌려다니다 새벽 무렵에야 피투성이 몰골이 되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깨비란 아주 무서운 것인 줄 알았다.

그런 도깨비가 요즘 구미지역의 각종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바로 도깨비 음주단속 때문이다. 구미경찰은 2월 중순부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도깨비 음주단속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 결과 과거 술자리에서는 "오늘은 음주단속을 어디서 하나" 장소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것이 최근에는 소주 두 잔만 마셔도 "대리운전을 해야 한다"고 의견이 일치된다고 한다.

구미경찰이 좀 생뚱맞은 이름을 붙여 음주단속을 하게 된 계기는 2월 초 새벽 시간에 구미 지산동에서 발생한 대형교통사고 때문이다. 이날 사고는 만취한 승용차 운전자가 앞서가던 경차를 추돌해 현장에서 4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당시 가해 차량은 만취상태에서 시속 179㎞로 주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은 "구미의 교통무질서가 도를 넘은 정도다"며 우려를 나타냈고, 경찰의 도깨비 음주단속에도 많은 호응을 보내왔다.

하지만 무작정 단속보다는 시민 홍보를 통해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도깨비 음주단속 시행 전 시민 홍보에 주력했다. 시내 주요 네거리마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도깨비 음주단속'이란 현수막 60여 점을 내걸었다. 경찰서와 구미시 운용 전광판 50개소, 시내버스 정보시스템(BIS) 180개에도 홍보문구를 수시로 보냈다. 경찰협력단체와 교통 및 화물운수업체, 배달업체 등에도 경찰서장 서한문을 3천400여 회 발송하는 등 홍보활동에 많은 힘을 쏟았다. 또 3월 하순부터는 월 2회 시내 주요 네거리에서 유관기관 및 협력단체원들이 참여하는 동시다발 교통안전 캠페인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지역 유선방송에서도 도깨비 음주단속 현장을 특별 동행 취재해 10회 이상 방영하는 등 지역의 각종 언론보도도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그 결과 구미지역에서 음주운전은 눈에 띌 정도로 줄었다. 그 효과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보더라도 확연하다. 올해 2월 중순까지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도깨비 단속 이후 같은 기간인 4월 초까지 사망자 수는 단 1명에 그치고 있다. 음주운전의 폐해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단순 적발에도 수 백만원의 벌금을 물게 되고, 음주사고로 인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 평온했던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이에 대한 경제적, 정신적 손실비용은 돈으로 계산할 수가 없다.

구미경찰은 도깨비 음주단속과 함께 4월부터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과속, 난폭운전, 이륜차 각종 위반 행위도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흔히 교통법질서 준수 정도는 그 사회의 선진화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교통법규는 우리 모두가 지키자고 만든 약속이다.

무서운 도깨비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도깨비 방망이로 금은보화를 얻기도 하는 옛날이야기처럼 도깨비 음주단속을 통해 음주운전자를 처벌하기도 하지만 구미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구미경찰의 도깨비 음주단속은 계속 되고 있다. 구미 경찰의 도깨비 음주단속과 주요 교통법규 위반 단속이 시민을 안전하게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식(구미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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