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LH "말 잘 들어야 좋은 땅 준다" 甲질

포항블루밸리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항블루밸리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를 열었지만, 저소득층 등에게 불리한 이주 선정 기준을 적용해 비난을 사고 있다. 돈이 모자라 거처를 옮기기 힘든 저소득층에 불리한 분양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 모습. 박승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항블루밸리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를 열었지만, 저소득층 등에게 불리한 이주 선정 기준을 적용해 비난을 사고 있다. 돈이 모자라 거처를 옮기기 힘든 저소득층에 불리한 분양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 모습. 박승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말 잘 듣는 주민들에게는 1순위에 좋은 땅을, 말을 안 듣는 주민들에게는 3순위에 돈 안 되는 땅을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항블루밸리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를 열었다가 주민들의 큰 반발에 부딪혔다.

LH는 12일 포항 블루밸리 이주자 택지 분양 설명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주 대책 대상자 선정 기준을 이주 대책을 잘 따른 순위로 결정했다.

이주 대책 설명 자료에 따르면 1순위는 토지 및 지장물을 모두 협의 양도하고, 공사가 제시한 '지난 1월 말 이내에 모두 자진 철거'이전한 가구'로 정했다.

2순위는 토지 및 지장물을 모두 양도한 가구 가운데 공사가 제시한 기한 내에 이전하지 못했거나 수용 절차 이후 공사 제시 기한 내에 자진 철거한 경우로 명시했다. 3순위는 토지 및 지장물을 협의 양도 및 자진 철거'이전하지 못한 세대로 결정했다.

결국 땅을 팔아도 집을 구할 수 없어 이주가 늦어진 저소득층과 노인들만 대거 3순위로 밀린 셈이 되면서 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LH 사업 취지가 '입맛대로' 거꾸로 간 것이다.

LH가 제시한 이주 순위대로 분양이 완료되면 1순위에 해당하는 가구주만 큰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1순위 가구들이 입주하는 지역은 학교 등 상업지구를 끼고 있어 집값과 땅값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지만, 외곽에 위치한 2'3순위 입주 가구 지역은 부동산 시세차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LH에 집과 땅을 판 뒤 옮길 곳을 구할 수 없어 차일피일 이주를 미룬 것인데, 역차별을 하니 억울할 따름이다. 없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LH를 공기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LH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보상 시작 시점부터 빨리 나가주는 가구들에 1순위를 준다고 약속했다. 이주 순서에 따라 혜택을 주는 순위 기준을 바꾼다면 LH의 약속을 믿고 빨리 이주한 주민들에게 되레 피해를 주는 꼴"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7천3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2단계에 걸쳐 포항 남구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일원에 조성되는 첨단부품소재 산업단지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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