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인 A(44) 씨는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카드빚이 6천만원을 넘어서자 최근 개인파산 신청을 위해 법무사를 찾았다. 대리운전으로 월 100만원가량 수입을 얻지만, 원금은커녕 이자를 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사는 개인파산보다는 개인회생을 권했다. 근로 능력이 있어 개인파산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A씨는 1인 최저생계비(80여만원)를 제외한 매달 25만원씩 60개월을 갚으면 남은 빚이 청산되는 개인회생을 신청해 인가를 받았다.
법원의 개인파산 면책 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법원이 개인파산 면책 자격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2010년 8천 건이 넘던 개인파산 면책 건수가 2011년 7천486건, 지난해에는 5천695건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개인회생 인가 건수는 2010년 6천716건에서 지난해는 8천415건으로 늘어났다.
개인파산 면책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소위 '빚잔치'로 불리는 개인파산 면책이 결정되면 금융거래 등에서 제한을 받지만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신 갚아준다. 하지만 개인파산 면책을 신청한 일부는 돈을 빼돌리거나 부동산을 숨겨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류제모 변호사는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면책을 받았지만 최근 면책 요건이 강화되면서 돈을 빼돌렸다거나 부동산 채권이 있는 경우 기각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파산관재인 제도도 개인파산 면책 건수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2012년부터 시행된 파산관재인 제도는 법원이 변호사나 회계사 중에서 파산관재인을 선정하고 이들은 법원을 대신해 파산신청인의 재산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대구지법에서는 20여 명의 파산관재인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법원이 개인파산 신청자들의 재산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우덕 파산관재인(변호사)은 "일부 파산 신청인 중에는 근로 능력이 충분히 있고, 실제 비정규직으로 일하기도 한다"며 "파산관재인이 의도적 면책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개인파산보다는 빚 일부만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도우창 법무사는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 쪽으로 권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개인회생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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