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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24시-현장기록 119] 개생크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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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오후 6시 30분쯤 울린 출동지령.

"○○유원지에 흰색 큰 개 세 마리가 돌아다니며 사람을 위협합니다!"

출동지령을 듣고 난 후 우리 팀은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흰색의 큰 개 세 마리가 유원지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유원지에 있는 사람들은 개가 다니는 거리를 피해서 다니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녀석들이라 블루건(마취총)을 쏠 기회를 잡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쫓아간 끝에 백구 세 마리가 모여 있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팀장님께서 신호를 내리셨다. 강 반장과 김 반장님이 동시에 블루건을 발사하였다.

한 마리가 먼저 화살에 맞았다. 두 마리는 정신없이 도망가버린 탓에 다른 한 발은 적중하지 못했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흰 개 세 마리가 블루건에 놀라 ○○유원지를 정신없이 날뛰며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대원들은 그에 맞춰 달려야만 했다. 이 세 마리는 자기 영역을 찾았는지 갑자기 동시에 흩어졌다. 그리고 얼마를 쫓아갔을까, 흩어진 백구 세 마리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이거 환장할 노릇이네. 맞은 개가 어느 개야?"

"모르겠습니다…."

대원들은 각자 다시 쫓아야 할 개를 지정하고 다시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십 분을 추적했을까. 드디어 세 마리 중 한 마리의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이제 포획망을 들고 한 마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얼마 쫓아가지 않아 이제 우리가 추월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 풀린 개를 포획망으로 포획할 수 있었다.

"드디어 잡았구나!"

"하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운동 제대로 했네!"

나머지 두 마리는 보이지 않아서 결국 한 마리만 포획 후 돌아왔다. 며칠이 지났을까 오후 8시경 다시 출동 벨소리가 울렸다.

"○○유원지에 흰색 큰 개 두 마리가 가게 안에 있으며 사람을 위협합니다!"

출동지령을 들으며 우리들은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이놈들 이번엔 다 잡아주겠어!'라며 이를 앙다물었다. 현장으로 출동하니 한 마리는 벌써 도망가고 없었고 한 마리를 가게 주인이 가둬 두었다고 했다. 놀란 개는 계단으로 뛰쳐 올라갔다. 올라간 곳은 2층 옥상.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미리 준비해둔 블루건으로 사정거리를 좁혀갔다. 사정거리를 좁혀가자 그 개는 평상 밑으로 들어가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장전된 블루건으로 김 반장이 바로 "훗~" 하고 쏘았고, 화살은 적중하였다.

"이제 한 마리 남았구나."

그 출동이 있은 후 또 며칠이 지났다. 어김없이 야간근무 중에 출동 벨소리가 들려왔다.

"○○유원지 백구…."

'그놈이다!' 대원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현장으로 출동하니 마지막 남은 이놈은 눈치가 빨라서인지 우리가 다가가기도 전에 멀리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차량으로 쫓아가서 창문을 통해 블루건을 조준해서 쏘자"고 지시했다. 박 반장이 다목적차량으로 운전하고 뒤에서 강 반장은 블루건을 장착해서 서서히 추적하고 있었다. 백구가 한눈을 팔고 있을 때 바로 강 반장이 블루건을 쏘았다. "훗~" 하는 소리와 함께 "맞혔습니다!"라고 누군가가 소리쳤다.

10여 분 간의 추격 끝에 마지막 백구까지 포획에 성공했다. 다른 대원이 캐리어를 가지고 와서 옮겨 싣고 나서야 우리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소방서로 돌아왔다. 그리고 개는 출동차고 캐리어에 놓아두었다. 우린 "너(백구)도 고생했다"며 캐리어 안에 사료를 넣어주었다. 교대 점검 전 백구가 잘 있나 해서 차고에 한 번 들러봤다. 백구는 사료를 먹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 우리가 미워도 그렇지 애써 챙겨준 사료도 안 먹고…."

교대 점검 시간이 되어 차고로 나갔다. 1팀에 인수인계를 하며 "드디어 ○○유원지 백구 세 마리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였다. 그런데 인계받은 1팀이 소리쳤다.

"개가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보니 캐리어 통 밑 부분을 백구가 갉아먹고는 도주한 것이었다.

"이런! 다 잡았는데…."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 어느 날 오후 3시쯤 출동 벨소리가 울렸다.

"○○유원지 백구…."

'혹시 그놈인가?' 대원들은 준비해서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신고자의 말에 따라 현장을 찾아봤지만 개는 보이지 않았다. 계속 수색하던 중 유원지 언덕 정상에서 개 한 마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놈'임을 직감했다. 그놈은 이제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포획하기 힘들겠는데요."

○○유원지 전설의 개가 되어버린 그 흰 개는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개생크 탈출'이란 영화 한 편을 찍으며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설재희/대구 동부소방서 구조대 소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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