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순간을 지배하라

순간을 지배하라/오승환, 이성훈, 안준철 지음/RHK 펴냄

마무리 투수는 경기의 리드를 마지막까지 지켜내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성공하면 '세이브'(구원) 하나를 기록한다. 마무리 투수는 큰 책임감을 요구받는다. 야구 경기는 선수들이 함께 손발을 맞추며 마지막 9회까지 가지만, 결국 승부는 마운드에 홀로 선 마무리 투수가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이러한 부담에도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는다. 한 침대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제품의 한 가지 장점을 어필한다면,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는 긴장감'으로 팀에게 안정감 있는 승리를, 팬들에게 손에 땀을 쥐는 재미를, 이렇게 두 가지를 함께 선사할 줄 안다.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투구를 펼친다. 그의 무기는 타자의 배트를 밀어낼 정도로 강력한 '돌직구'이며, 결국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기는 곧잘 '끝판대장'의 투수놀음으로 끝난다. 이 한결같음은 프로에 데뷔한 2005년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하며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를 우승시킨 것부터 시작,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팀을 옮기고 첫 시즌부터 구원왕(39세이브)에 오르기까지, 오승환의 야구 인생을 높은 밀도로 채우고 있다.

오승환은 늘 최고의 자리를 지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종환 시인의 시 구절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고교 때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좌절의 쓴맛을 봤고, 재활과정도 두 번이나 겪었다. 이런 시련이 오승환을 돌처럼 단단한 마음을 지닌 야구선수로 만들었다. 그렇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묄세.' 이 책은 오승환의 첫 에세이다. 주변의 일화를 가감 없이 밝혔다. 279쪽, 1만3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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