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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헌신 대구생명의 전화 30년…얼굴 없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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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화가 소중한 목숨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대구생명의전화 상담실에서 30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유가형 상담원이 전화를 받아 친절하게 상담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생명의전화 상담실에서 30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유가형 상담원이 전화를 받아 친절하게 상담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전화 한 통화가 소중한 목숨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대구생명의전화'가 1일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5년 6월 1일 자살 예방을 위해 서구 내당동에 전화기 두 대로 문을 연 대구생명의전화는 지난 30년간 단 한 차례도 사무실 불이 꺼진 적이 없다.

권명수 대구생명의전화 소장은 "이곳을 거쳐 간 자원봉사자만 3천여 명이 넘는다"며 "새벽 시간에 걸려오는 단 한 통의 전화도 놓치지않는 자원봉사자의 헌신 덕분에 대구생명의전화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했다.

설립 초기 대구생명의전화는 운영이 쉽지 않았다.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인데다 상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선 때문이었다.

권 소장은 "대구는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신분 노출을 꺼린 상담자들이 서울,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전화를 거는 사례도 많았다"며 "설립 초기에는 걸려오는 전화가 하루에 한두 통에 그친데다 자원봉사자를 구하지 못해 상담원 한두 명이 온종일 전화기를 지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씩 이어지는 전화 한 통도 기꺼이 받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덕분에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상담 건수가 4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 셈이다. 특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생명의전화는 더욱 존재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상담 내용도 세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부갈등, 남편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부들의 전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의 성적, 가족 갈등을 비롯해 직장 내 왕따, 취업 스트레스, 남녀 문제 등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홀몸노인들이 자녀와의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지쳐 전화를 걸어오는 사례가 부쩍 늘어 상담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지난 30년간 상담원으로 봉사한 유가형(70) 씨는 "10여 년 전부터 어린 학생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죽고 싶다며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의 사연을 접하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생명의전화는 앞으로는 대면 상담, 사이버 상담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권 소장은 "지난 30년간 100%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40, 50주년까지 시민들의 가까이에서 어떤 이야기든 들어줄 수 있는 오래된 친구 같은 곳이 되고 싶다"고 했다. 1588-9191.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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