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김부선, 자충수로 몰락 자처

김부선의 과유불급

'난방열사' 김부선, 자충수로 몰락 자처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최근 배우 김부선의 행보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 하차 건을 두고 갑을 논리 부각으로 여론몰이를 하는가 하면, 후배 여배우를 대놓고 공격해 물의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했고 이 때문에 사과를 했다가도 금세 번복하며 재차 비난의 글을 올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한때 아파트 난방 비리를 파헤치며 '난방 열사'라는 별명까지 얻은 '소셜테이너'의 몰락이다.

김부선, 말 바꾸기에 책임 떠넘기기 자충수로 비난 자처

김부선의 프로그램 하차 관련 논란은 지난달 22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이날 김부선은 자신의 SNS에 '엄마가 보고 있다'에서 부당하게 하차하게 됐다며 함께 출연 중이던 서울대 국악과 출신 중견배우 황석정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내용인즉, 녹화 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나타나 사과조차 하지 않은 후배 황석정을 혼냈는데 오히려 본인만 하차하게 돼 억울하다는 주장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마구 때리고 짓밟은 장동민'이라고 또 다른 출연자까지 공격했다.

그러고는 또 한 차례 글을 올려 "세월호 유가족이 5월 8일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녹화 끝난 후 함께 가는 길에 지각을 자랑처럼 하는 후배에게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안타까워 한마디했더니 그녀가 '이대로 살다 죽는 거다'고 하더라. 그래서 연예인들이 너무 비굴하다. 다 함께 광화문 가서 세월호 유족들 편 들어주면 이런 일 안 생길 텐데라고 했더니 그 여배우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내게 소리쳤다"는 내용의 글을 또 올리며 재차 황석정을 비난했다. '엄마가 보고 있다' 포스터에서 장동민과 황석정의 얼굴을 잘라낸 후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앞서 김부선은 JTBC 시사 프로그램 '표창원의 시사 돌직구'에 출연해 "고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가 대기업 임원을 소개시켜 준다고 술집으로 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거절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이를 두고 김부선은 SNS에 방송사가 취재원 보호를 못 해준다며 'JTBC 사장님, 나 데리고 살든가 벌금 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마침 이 글을 올린 직후 '엄마가 보고 있다' 하차 건이 불거졌다. 그래서 김부선은 줄곧 SNS에 'JTBC 직원들의 과잉 충성'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글을 올리며 자신의 하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갑을 논리로 풀어내고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까지 거론하며 대중을 선동했다.

이후 '엄마가 보고 있다'의 현장 관계자를 통해 '황석정이 당일 녹화 전 메이크업 시간에 늦은 것이지 녹화 시간에 크게 무리가 갈 만큼 지각한 게 아니다. 오히려 김부선이 모든 이들의 만류에도 크게 화내며 녹화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그러자 김부선도 SNS에 황석정을 향한 사과글을 남겼다. 상황이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김부선은 다시 사과를 번복하며 황석정을 향해 '그렇게 살지 마라' 등의 거친 표현까지 동원해 글을 올렸다. 또한, 수차례 글을 지웠다 올렸다 반복하며 오락가락했다. 여론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지 않아 자꾸만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또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행동이지만, 그 후로도 김부선은 자신의 'SNS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어필하고 황석정을 '형편없는 후배'로 몰아붙이고 있다. JTBC를 향한 비난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소셜테이너 김부선의 몰락

김부선은 과거 대마초 사건 등으로 풍파를 겪은 인물이다. 어디서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다니는 이미지로 각인돼 '기가 세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난방 비리에 맞서 싸울 때도 일각에서 '너무 부딪치며 사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때 김부선의 적은 '불의'였기에 여론도 그를 응원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아마도 김부선은 난방 비리와 싸우며 여론의 힘을 얻던 그 시기의 기억을 잊지 못한 듯하다. SNS에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 및 내부자만 알 만한 내용을 알려 기사화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지지 세력까지 얻었던 김부선은 자칫 그런 행동이 무리수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앞뒤 맞지 않는 글을 수차례 올린 탓에 연예매체 기자들은 아예 그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됐다. '난방 열사' 김부선을 지지하던 여론도 등을 돌렸다. 관련 기사 댓글 창에도 대부분 '이제 그만 좀 해라'는 내용의 의견이 줄을 잇는다.

먼저, 이번 예능 하차 건에 대해 김부선의 목소리는 '논리'가 아닌 '생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엄마가 보고 있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한 후 줄곧 기대 이하의 시청률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던 중이었고, 김부선의 역할 자체가 애매하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출연자 고용 문제는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고유 권한이다. 프로그램을 위해 안면 몰수하고 캐스팅을 번복한다고 했을 때 출연자 입장에서 억울하고 욕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한 권리 행사는 할 수가 없다. 김부선의 주장대로 JTBC 직원들이 CEO를 비난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배척하려 했던 게 맞다고 해도 역시 김부선은 할 말이 없다. 대놓고 방송사 대표를 욕하는 출연자를 굳이 기용할 이유가 없지 않나. 게다가 취재에 따르면 김부선의 하차는 '윗사람에 잘 보이려 했던 제작진의 행동'이 아니다. 프로그램과 출연자, 그리고 김부선의 틀어진 궁합 문제가 원인이 됐다.

이 내용은 김부선이 올린 글에서도 알 수 있다. 김부선은 'SNS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엄마가 보고 있다'를 예능이 아닌 교양으로 판단하고 출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출연자들에게 사회적 시선을 가지도록 독려했다는 내용의 대화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엄마가 보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부선을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출연자들이 있었는데 예능을 굳이 교양으로 해석하려는 김부선의 독단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황석정을 향한 끝없는 폭로와 비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발생한 말싸움의 내용을 SNS에 올려 황석정을 몰아세우는 것, 그리고 황석정의 지각 및 평상시 태도 등을 수없이 부정적인 관점에서 털어놓는 건 오히려 김부선 본인에게 있어서도 얻을 게 없는 싸움이다. 황석정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것도 아니고 함께 일하는 이들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 그를 끌어내리려 하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석정이 지각을 했을 때 이에 흥분한 건 김부선이 유일했다. 황석정을 두고 '명문대 출신 여배우'라고 비꼬는 등 김부선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자격지심'이란 단어까지 떠오른다. 황석정 역시 수십 년간 무명으로 지내다 이제 갓 빛을 보기 시작한 후배일 뿐인데 말이다.

어차피 사람의 머릿속에서 가치관에 대한 해석은 같을 수 없다. 정말로 황석정이 시간 관념 없는 배우라면 언젠가 이 문제가 그의 앞길에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을 터. '정의 실현'도 정도가 있지, 김부선이란 한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의 치부를 폭로하며 물귀신 작전을 펼치는 건 '오버'다.

가장 안타까운 건 김부선이 배우로서 장점이 많은 사람이란 사실이다.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성장했기에 표정과 목소리에 페이소스가 자연스레 배어 있다. 자연스러운 주름과 그럼에도 세련되고 멋진 외모 역시 중견 여배우의 품위를 더해준다. 장점을 살려 본업에 좀 더 충실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비겁하게 사는 게 맞다는 말이 아니니 곡해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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