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금 반목할 때가 아니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여권의 분열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새누리당 지도부를 겨냥해 당'정'청 협의 중단을 시사했다.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계처리하면 안 된다는 방침을 분명히 전달했는데도 여당이 강행처리한 이상 당'정'청 협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실제로 그럴 생각이라면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청와대의 '분노'는 이해되는 바 없지 않다. 냉정하게 말해 국회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묵살'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정'청 협의를 중단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정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해 당장 여권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할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당'정'청 협의 중단은 소아병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태도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당'정'청 협의 잠정 중단 선언에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비꼬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독설'을 그대로 흉내 낸 화법이다.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말이 어떤 뉘앙스를 담고 있는지 유 의원도 잘 알 것이다.

그런 말은 정당한 반박이 아니라 비아냥대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긴급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제안했지만,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표현은 협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자는 소리밖에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유 원내대표 역시 어른스럽지 못하기는 청와대와 마찬가지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을 몰고 온 당사자로서 유 원내대표는 당'청 관계의 정상화를 바란다면 언행에 더 신중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청 관계는 원활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꺼져가는 경제성장 동력, 치솟는 청년실업,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 일본의 과거사 도발 등 지금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런 도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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