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수성갑'의 유쾌한 선택

대구 수성들이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무색할 만큼 뜨거워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향한 전선이 여권에서부터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갑에는 새누리당 이한구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 신인, 기존 정치인 다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략 공천설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출마를 희망하면서 새누리당의 공천 경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야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다. 그는 작년 대구시장 선거 때 수성갑에서 당선자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이런 환경 탓에 새누리당은 김 전 의원의 대항마로 누가 적격자인지를 두고 적잖이 고심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자와 김 전 의원이 벌일 '수성대전'은 대구경북 최대의 격전지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을 경우엔 내년 총선에서 여야 잠룡들의 대결로 수성갑은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에 여야는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새누리당은 '김부겸 바람' 차단을 위해, 새정치연합은 '불모지대'에 깃발을 꼽기 위해서다.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수성대전은 더없이 흥미진진한 선거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수성갑 주민은 물론 대구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해질 수밖에 없다. 여야의 두 중진을 두고 썩 내키지 않고 유쾌하지도 못한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불행한 선택이기까지 하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두 정치인 모두 대구경북이 키우고, 지켜야 할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여야의 상징적 전사가 될 두 사람의 경쟁은 패자가 모든 것을 잃고 승자만 살아남아 전리품을 독식하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전 지사는 1951년생으로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66세가 된다. 1958년생인 김 전 의원도 내년이면 육순을 바라보게 된다. 김 전 지사는 당선되지 못하면 정계를 떠나야 할 판이고 김 전 의원은 또 다른 4년 후를 기약해야 하지만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수성 구민, 대구 시민들은 한 사람을 택해야 한다. 정치 생명을 건 두 후보의 선거전에 유권자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선택해야 한다. 가혹하기까지 하다.

둘째, 양 김의 대결은 인간적으로도 애석한 전선이다. 김 전 지사는 영천, 김 전 의원은 상주로 두 사람 모두 고향이 경북이다. 또 경북고, 서울대 선후배 간이기도 하다. 사석에서는 서로 '형님', '동생'으로 부르며 여야를 떠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을 갈라놔야 하는 선택은 너무나 애석하다.

대구 시민들은 서민의 애환을 알고,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던질 줄 알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김문수와 김부겸 두 사람의 면모를 모두 간직하고 싶어 한다. 두 사람 중에 한 인물은 버려야 하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셋째, 김 전 지사의 수성갑 출마는 정치 발전 측면에서 볼 때도 '퇴행적 정치'로 비칠 수 있다. 오로지 야권의 대구 진출을 막기 위해 정치적 기반이 수도권인 김 전 지사를 새누리당이 대구에 입성시킨다면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김 전 지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대구의 정치 1번지'라는 수성갑은 현재 이한구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에는 '정치 신진들의 희망제작소'로, 야권엔 '새 정치 희망을 싹 틔우는 곳' 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 전 지사가 대권을 꿈꾼다면, 또 포기하지 않았다면 후배인 김 전 의원이 하고 있듯이 야성이 강한 서울'수도권에서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이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전략공천이 아니더라도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 간 치열한 경선과정을 통해 흥행몰이를 한다면 야권 주자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충분히 해 볼만한 싸움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이 유권자들에게도 유쾌한 선택을 하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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