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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피고 짜고 치는 '가짜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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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목적 위해 묵시적인 합의…원고 주장 피고자 일방적 인정

부자지간인 A씨와 B씨는 50억원대의 건물을 두고 최근 송사를 했다. 아버지 A씨는 이 건물을 아들 B씨에게 물려주고자 증여 대신 매매 형식을 취했다. 최대 50%까지 내야 하는 증여세를 줄여보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매매를 가장한 증여로 판단하고 15억원에 이르는 증여세를 부과했다. 엄청난 금액의 증여세에 화들짝 놀란 이들은 세금을 줄일 방법을 찾으려고 변호사를 찾았다. 변호사는 국세청의 증여세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하고 소송을 제안했다.

A씨가 B씨를 상대로 "아들이 자신을 부양하지 않고, 소홀히 취급한다"는 청구 취지로 매매 건물의 원상복귀를 요구하는 증여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아들은 법정에서 아버지의 소송 청구 취지를 모두 인정했고, 아버지가 승소했다. A씨는 조만간 국세청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원고와 피고가 짜고 치는 소송인 이른바 '가짜 소송'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가 묵시적인 합의하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제기하는 가짜 소송은 법정에서 다툼보다는 원고의 주장을 피고가 일방적으로 인정하면서 마무리된다.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가짜 소송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소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 간 재산 증여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자 이를 취소하는 소송이 대표적이다. 또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양도세와 취득세가 생각 이상으로 과도하게 부과되면 하는 매매계약 취소 소송도 가짜 소송에 해당한다. 이 같은 소송은 결국 탈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변호사는 "아파트 매매 등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달리 나대지나 공장부지 등의 매매 경우 계약과정에서는 세금을 예상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금액의 세금이 부과되면 원고와 피고 간 합의하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결국 합법적인 탈세 창구로 소송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지법 관계자는 "짜고 치는 소송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법관 입장에서는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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