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메르스 비상…"근무지 정확히 어딘가" 남구 한밤의 날벼락

보건소 밤새 문의전화 폭주

15일 오후 메르스 1차 양성 반응을 나타낸 남구청 공무원 K씨가 격리된 대구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5일 오후 메르스 1차 양성 반응을 나타낸 남구청 공무원 K씨가 격리된 대구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5일 대구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1차 양성 판정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특히 양성 판정자가 근무했던 남구 주민센터 일대 주민들은 혹시나 접촉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4주간의 메르스 사태에도 청정지역으로 인식됐던 대구에서 뒤늦게 메르스 양성 판정자가 나오면서 시민들은 '메르스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반응이다. SNS를 통해 지인에게서 이 사실을 접한 김태성(32) 씨는 "대구에서, 그것도 내가 사는 남구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메르스 공포가 정말 피부로 느껴졌다. 내일부터는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끼고 다니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양성 판정자가 근무한 주민센터 인근 주민 이모(54) 씨는 "집에서 오가는 길에 주민센터가 있는데 혹시나 해당 공무원과 접촉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주민센터를 방문한 사람도 많을 텐데 이웃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두렵다"고 했다.

남구보건소에도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왔다. 대부분 해당 공무원의 인적사항이나 가족관계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했는데 오후 9시 이후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양성 판정자가 어디 근무했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메르스 여파로 장사가 안되던 남구 지역 상가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남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메르스 사태 이후 초등학생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번 소식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양성 판정자가 있었다는 주민센터가 가게에서 멀지 않아 혹시 나도 감염될까 걱정되지만 마스크를 쓰고 영업하면 손님들이 더 불안해할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한숨 쉬었다.

양성 판정자가 근무한 주민센터와 양성 판정자 가족이 다니는 학교 등이 SNS와 메신저를 타고 급속히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성 판정자 자녀와 같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내 아이나 다른 학교 친구들, 선생님 등이 감염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마도 양성 판정자 자녀의 경우 격리조치가 될 텐데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학업 분위기를 망칠까도 걱정된다"고 했다.

밤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대구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과 탄식이 쏟아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인 대구의 한 커뮤니티에는 대구에 첫 양성 판정자가 나왔다는 기사가 올라오자 '환자가 이동한 동선을 한시바삐 공개해야 한다', '환자가 공무원이면서 문제가 생긴 병원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숨긴 채 주민센터 업무를 계속한 거라면 너무 생각 없는 행동 아니냐' 등의 반응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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