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초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2014년도 귀농 통계조사' 결과, 전국 1만1천144가구, 1만8천864명이 귀농'귀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농'귀촌 현상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귀농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속된 말로 '할 게 없으면 농사나 짓자'라는 생각이라면 백전백패라는 얘기다. 수년 전 경북도에 귀농해 우수사례로 꼽히는 귀농인 2명을 찾아 귀농'귀촌 성공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가족 동의가 필수
'2030 귀농인' 박현수(33) 씨는 "귀농은 가족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의 동의 없이 홀로 귀농한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귀농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했다.
박 씨는 서울 동대문에서 어렵게 옷장사를 하며 번 돈으로 고향인 영주와 인접한 안동에서 친환경 먹을거리를 원하는 도시민들을 상대로 유기농 매장을 열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찾은 안동은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사업은 이내 실패했다.
결국 박 씨는 고향인 영주 풍기읍으로 귀농했다. 이번엔 가족들의 동의와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과수원(2만2천682㎡)과 논(4천412㎡)을 밑천 삼아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초보 농사꾼에게 시련은 많았다. 첫해 농사는 인건비도 못 건졌고, 이듬해는 수확 직전 사과농사가 태풍 피해를 당해 빚더미에 앉을 상황에 처했다.
모든 것을 포기했던 박 씨에게 의외의 선물이 날아왔다. 태풍에 맞아떨어진 사과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낙과 사과'가 폭발적인 '인기 태풍'을 맞은 것. 선물용이 아니라면 예쁜 사과보다 값싼 낙과 사과가 더 낫다는 소비자의 기호와 맞아떨어지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박 씨는 이때부터 인터넷 카페 블로그를 제작, 운영하면서 사과 3천 상자(상자당 20㎏)를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면서 연간 1억7천만원의 농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또 사과즙 등 가공식품도 직접 만들 계획이며,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체험농장도 준비 중이다.
박 씨는 "첫 농사를 지어 공판장에 물건을 냈다가 인건비도 못 건져 망연자실했는데 결국은 조그마한 계기를 통해 억대농이 될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힘든 위기에 빠졌을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된 가족의 힘이 제일 컸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정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도 필요하다"면서 "지역과 작물 선택도 중요하다. 귀농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전 귀농 교육을 받는 것도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정보나 기술, 사람들을 소개받고 선도농가모임에 자주 참여해야 합니다. 경북도에서 추진하는 농민사관학교나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교육에는 반드시 참여하세요. 작물 재배나 판로 개척 등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도 농가들과 친해놓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려운 일과 농기계 등도 빌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지요." 박 씨는 "주위 분들과 친숙해지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뜻맞는 귀농인과 동업
"21세기 농업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 도움이 되는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유기농 재배'가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만이 살길이라 생각합니다."
문경 창업형 귀농 여성 1호로 농업 6차산업을 선도해 가고 있는 김경란(46) 씨. 경남 창원에서 14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그는 2012년 고향 문경시 산양면으로 귀농했다. 이후 경북농민사관학교와 문경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며, 2013년 농업 6차산업에 뜻을 같이하는 귀농인 6명과 영농법인 문경미소㈜를 창업했다. 최근엔 마을주민들과 함께 '어울림'이라는 마을공동체기업을 만들어 고령화로 침체돼 있는 시골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김 대표는 "산골이지만 마을을 한번 일으켜 보자는 취지로 40대 귀농인들이 주축이 돼 문경미소를 만들었다"며 "귀농 초기에는 마을 주민들의 '텃세'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이제는 한가족이 됐다"고 활짝 웃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귀농인 조합원 7명의 목표는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오미자와 여주, 복분자, 가시오가피, 와송 등을 마을주민들과 공동 재배해 이를 가공하고 유통하는 6차산업의 완결이다. 이런 조합원들의 열정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4만2천975㎡ 규모의 농지에서 오미자 10t, 여주 40t, 복분자 2t, 오가피 2t, 와송 30t 등 84t을 생산, 전량 수매했다. 희망농가도 계속 늘어 내년엔 90~100t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된 농산물은 오미자 김, 즙, 티백, 엑기스 등으로 재가공돼 판매되며, 지난해 총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문성을 지닌 조합원 6명의 재능 덕분이다. 이들은 제품 생산에서부터 포장 디자인, 유통 등 모든 업무를 직접 해결한다. 문경미소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한 성시호 씨는 '카스' 맥주를 디자인했던 유명인이다. 유통과 회계업무는 서울대학교 농대를 졸업한 조합원 2명이 전담한다.
김 대표는 "전문적 지식을 지닌 조합원들의 재능 덕분에 회사 운영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는 천연 인슐린제로 널리 알려진 '여주'를 가공한 웰빙스낵을 개발해 볼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귀농 준비생들을 위한 팁도 제시했다. 그는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도시에 비해 한적하고 인심 넘치는 시골풍경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힘든 농사는 기본에다, 주변 이웃과 융화되지 못하는 순간 1년 농사를 망치게 되는 곳이 바로 농촌"이라고 했다.
"귀농을 결심하면 정착지에 대한 시장조사는 물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교육에 참석해 귀농인과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지역민들과의 융화도 필수이지요. 특히 농업 6차산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 귀농인은 혼자보다 뜻이 같은 귀농인과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문경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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