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로드 FC' 대회에서 두 명의 젊은 파이터가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오롯이 쏟아부으면서 종합격투기 시합을 치렀다. 그 경기를 보았던 많은 사람들은 아마 '뭉클한 감정'이 가슴속에 차올랐을 것이다. 선수들의 거친 움직임 속에서 보였던 기량도 뛰어났지만, 그보다 더욱 빛났던 것은 멈출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집념이었다. 오늘은 그 경기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쎈짐의 정준회 선수를 만났다.
"중학교 때 미르코 크로캅 선수의 경기를 보고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격투가들에게 격투 스포츠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물으면 보통은 유명한 선수가 치르는 경기를 보고 나서라는 동기가 되었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정준회 선수도 어렸을 때 지금은 사라져버린 '프라이드 FC' 경기에서 크로캅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운동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크로캅의 특기인 왼발 하이킥이 어린 정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래서 집 가까이에 있던 합기도 도장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종합격투기에서 기본으로 하고 있는 그래플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를 채우고자 하는 갈망이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종합격투기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계기가 됐다.
"작년 5월에 일본에서 사사키 우르카에게 졌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2년에 프로에 데뷔한 정준회 선수는 당시에 신예로 떠오르던 한이문 선수를 판정으로 이겼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1년 6개월 정도 경기장을 떠나있다가 다시 복귀한 것이 정 선수가 말한 일본 원정 경기였다. 이 시합을 위해서 정 선수는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며 준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의 태클을 방어하다가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어 결국 닥터 스톱으로 패전을 기록해야 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시합을 통틀어 19전의 경험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진 것은 그 경기가 처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괴로운 마음에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이 세상의 어떤 약보다 강력한 진통제'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패배의 괴로움과 잡념이 사라지고, 그 패배를 곱씹으며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전하지 않고 '나는 안 돼, 지는 것이 두려워'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패배자로 남을 것이다. 패배를 통해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무엇인가를 배운다면, 그러면서 어제보다 발전한 오늘을 만들어 나간다면 그는 승리자라 말해도 될 것이다.
"운동선수는 의도하지는 않지만, 부상을 달고 지내야 되는 게 힘들어요. 부상 없이 스스로 만족할 만큼 경기를 하고 은퇴하고 싶어요."
취미 생활로 운동하는 경우에는 대부분이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직업으로 운동하는 경우에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직업에 종사할 때, 직업의 특수성이 몸에 영향을 주어 직업병이 생기기도 하거니와 프로 파이터는 상당한 훈련량과 스파링 또는 시합으로 인해서 부상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훈련 과정과 승리의 환희, 영광은 파이터들이 부상을 당하더라도 케이지 위에 올라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선수는 마음 한구석에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는 자신에게 조그만 빈틈도 주지 않고 엄격하게 훈련해서 만족할 만큼 경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이 이 운동을 무섭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무섭지도 않고, 다이어트에도 좋고 즐거운 운동입니다."
사람들이 격투 스포츠라고 하면 소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체육관에 가보면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이들은 "사람들끼리 부대끼고 어울리면서 뒹굴고, 샌드백을 차고 때리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가량 훌쩍 지나 있더라"며 운동의 재미를 말한다. 더하여 운동 자체로 이미 호신으로서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보니 위급한 상황일 때 자신을 방어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몸의 한 부위만 사용하는 운동이 아니고 전신을 이용해서 하는 유'무산소 운동이다 보니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이 왔다.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해서 운동을 시작하자!
이선수/쎈짐 하양지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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