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목이 좀 따가운 것 같은데…."
아들의 이런 한마디는 엄마의 잔소리라는 속사포의 방아쇠가 되기 십상이다. "평소에 찬 것 좀 적게 먹으라고 그렇게 얘길 했잖아? 바깥에 나가 놀 때도 친구들하고 좀 뛰어놀며 땀이라도 흘리면 좀 좋아? 어두컴컴하고 공기도 안 좋은 피시방 같은 데나 다니니까 당연한 거 아냐?"
어린 자녀에게 뿐만이 아니다. 어른인 배우자에게도 그대로 유탄이 날아든다. "내가 뭐랬어? 애를 물가에 데려가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어? 그래놓고 이게 뭐야. 당신이 애 병원 한 번 데리고 가봤어? 애 아프면 나만 고생이지."
아이가 아프다면 아이의 열을 내리게 할 방도를 생각한다거나, 병원에 가거나,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상비약이라도 먹이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런데도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를 위한 방법을 생각하기보다 먼저 비난이나 잔소리부터 하게 되는 것 같다. 몸이 아픈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까지 더하는 일인데도.
집안에서 누가 아프다든가 사고를 당했다든가 실직을 했다든가 하는 등 우환이 있으면 모두가 신경이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 신경질을 내게도 된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그 우환이 사라지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헐뜯고 비난하기보다는 먼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그 후에라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 나라가 메르스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질병 때문에 엄청난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비탄에 빠져 있었는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메르스가 또 국민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만들고 있다. 치료와 방역을 위해 온 나라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와중에도 남들의 허물을 따지고 비난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네가 잘못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아우성이다.
안전을 위해 조심하는 건 좋지만 감염자를 비난하고 욕하는 건 보기 좋지 않다. 감염자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병을 퍼뜨리는 것도 아닌데 죄인 취급을 받으며 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감염 사실을 숨기게 되고 병을 점점 더 확산시키게 된다. SNS 상에는 감염 확진자의 신상 이라며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까지 나돌고 있다. 아파트의 동 호수에 휴대전화 번호라며 터무니없는 내용까지 나돌고 있다.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자는 부탁과 함께. 대형병원은 바이러스의 소굴로 낙인 찍힌 지 오래이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도 거리낌을 받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온 국민이 신경과민이다. 공포감 속에서 예민해진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남을 비난하고 헐뜯을 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는 것이 먼저이다. 잘잘못은 평화가 온 다음에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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